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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나의 황금기다.

통계 위젯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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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H1

어쩌다보니 2013년부터 쓰던 니콘dslr을 정리했습니다.
니콘으로 찍는 사진은 참 마음에 드는데, 정작 가족들은 후지로 찍은 사진을 좋아해서 활용도가 떨어지던 상황이었고, 결정적으로 손목에 걸리는 부담이 너무 커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얼마 전 외국인 학생이 탐내길래 헐값에 싹 다 넘겼습니다. 이제 저보다 더 잘 쓰겠지요.(웃음)

순리적(...)으로는 Z6로 갔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z마운트 렌즈와 xqd카드로의 이동이 너무나 큰 지출을 부르는 상황이라 망설이고 있었지요. 사실 ibis가 지원되는 F마운트 바디가 나온다면 꼭 사겠습니다만 현재의 니콘 행보와 상황은 녹록치 않기 때문에 별 기대를 안 하고 있습니다.

필름 썼던 입장에서 풀프레임 환상은 눈꼽만큼도 없는데 ibis가 꼭 필요해서 선택할 만한 바디가 몇 없던 터라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때마침 H1이 대폭 할인 이벤트를 해서 H1을 들였습니다.(생일 핑계로 과감한 카드 결제!) 제겐 DoF가 보케보다 중요한데 실내나 일몰 즈음부터 핸드헬드로 F2 이상을 못 쓰는 건 큰문제였거든요.(3 stop 수준의 ois는 그냥 대낮에 쓸만한 거지, 활용도가 너무 떨어졌어요.)

그리하여 후지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렌즈교환형 미러리스 바디만 세 개째입니다. 하하하...

원래 계획은 H1에 18-55 물려서 쓰는 것이지만 당장 제습함 밖에 굴러다니던 렌즈가 T1에 꽂혀있던 27mm라 H1이랑 조합을 해봤는데 기대 이상입니다. 뭐, 여행가면 계획대로 쓰겠지만 데일리 스냅용으로도 매우 좋은 조합이었습니다. 대충 5~5.5 stop ibis라고 하는데 체감이 확 됩니다. 후지의 광학 능력과 is 능력은 기대 이상이고, 그밖의 것은 죄다 기대 이하라는 게 개그입니다만.

아마 실제 활용은 H1+18-55(메인), A5+55-200/미놀타50.7(서브), T1+27(파노라마)일 겁니다. 정말 기괴한 조합이긴 하군요.

기능이 너무 많이 달려있어서 메뉴얼 읽고 일일이 메뉴 들어가서 손대보느라 기기 설정 소요 시간이 꽤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만큼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하다는 건 좋은 부분입니다.

필드 테스트해보면 조금 더 설정을 바꾸겠는데 일단 ibis가 1/30초까지는 가뿐히 받아줍니다.

기존 후지와 차원이 다른 그립은 확실히 메리트가 크고, 흉칙하게 돌출된 부분이 없어서 따로 분리하여 파우치에 넣고 다니다가 쓱 꺼내서 결합할 수 있는 버티컬 그립 디자인도 마음에 듭니다. 버티컬 그립에 배터리를 두 개까지 추가로 넣을 수 있는데, 그거 안 넣어도 정상 작동이 되기 때문에 무게가 부담된다면 적절히 가감시킬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H1의 셔터 버튼의 깊이감과 셔터 소리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저는 좋아합니다. 뻥 좀 보태면 옛 콘탁스 아리아 생각나요.

그러나 역시 단점도 적지 않는데, 전원 들어가기 시작하면 내내 울리는 냉각팬(?) 소리와 특정 메뉴에 들어가면 멈추는 그 소리, 카메라 설정 잡고 테스트 샷만 스무 장 정도 좀 날렸을 뿐인데 사라진 배터리 두 칸 (구매 후 풀충전 배터리 넣고 오늘이 열흘째인데 전원 오프 상황에서 누수는 크지 않습니다), 출력 전류는 조금 늘었지만 커넥터가 원가 절감되어 돌출되어버린 흉칙한 배터리 충전기 디자인, 코가 터치 스크린 건드리는 것 때문인지 상단이 크게 나와 썬글라스 썼을 때 걸리적거리는 아이컵 등이 체감으로 크게 와닿습니다.

AF용 터치 패널은 off, 리뷰시는 on으로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터치 패널 기능이 없는 T1의 아이컵과 교체하니까 편하긴 하더군요. 혹시 H1의 아이컵이 불편하시다면 T1용 아이컵으로 교체하시길.(후지 서비스센터에서 T1용을 따로 팔 겁니다.)

이하는 27mm로 간단히 찍어본 사진.
고스트리콘 한정판에 딸려온 피규어.(게임은 내 손을 떠났지만 피규어는 남았당!)
미대의 손길이 느껴지는 풍경.

[xbone] Child of Light

2014년, 유비소프트에서 기묘한 게임을 하나 발매한 적이 있습니다. 수채화풍 그래픽에 턴제 RPG인 게임으로, 언뜻 인디 게임을 연상시킬 만한 게임이었지요. 어쎄신's 크리드 시리즈와 파 크라이 시리즈를 만들던 유비소프트 몬트리얼의 뜬금포, 빛의 아이입니다.

엔딩까지 플레이 타임 13시간에 할인으로 구입하면 만원 이하에 살 수 있는, 적당한 가격과 적당한 퀄리티의 턴전략 RPG 게임입니다. 2017년 추수감사제 할인 때 구매했었는데 이제서야 플레이해봤습니다. 2019년 현재 유플레이와의 연동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도전과제 한 개가 취득되지 않습니다.(9월 21일 서버 지원 중단, 그러나 27일 플레이 시작...OTL)

동화풍의 유려한 그래픽과 튀지 않고 배경에 깔리는 배경음악, 그리고 높지 않은 난이도의 진행으로, 이 게임은 기본 이상의 재미를 줍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배경으로 판타지를 섞어 만든 이 게임의 스토리 전개와 너무 허술한 성장 및 퀘스트 부분은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부분입니다. 제가 워낙 이런 류의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고평가할 부분이 넘치는 게임은 아닙니다.
만원의 행복이 되긴 했다.

* CONs.
- 뭔가 똥싸다 말고 닦고 나온 느낌의 스토리?
죽었다 저 세상에서 살아난 주인공 오로라 공주가 동료들을 모으고 어둠을 무찌르는 전개 자체는 그냥 흔하디 흔한 클리셰라서 별 생각이 안 드는데, 그 내실과 완급 조절은 문제가 있습니다. 초반 동료 수집은 텀이 매우 긴 반면, 극후반까지 동료들이 영입될 정도로 영입 시점 조절이 안 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첫 동료의 서브 퀘스트는 영입 뒤 얼마 후에 받지만 해결은 10시간 뒤에 된 반면, 후반 영입된 동료의 서브 퀘스트는 받고 나서 전투 한 번 하고 되돌아가보면 클리어 되는 식으로 땜빵 처리로 급급합니다. 게다가 보스전의 난이도는 낮은 편도 아닌데 엔딩에 앞서 전투가 연속적으로 튀어나오질 않나, 최종 보스 등장 이래 한 시간도 안 되어 그냥 마무리되는 엔딩 등, 완급조절에도 실패했습니다. 엔딩에서 '오로라 공주는 세상을 구했습니다'라며 강제 종지부를 찍는데, 납득이 가는 부분은 아니죠.
칼빵 공주 오로라! 이때까지만 해도 흥미진지했었는데...

- 메트로바니아 아류가 아닌 듯 굴지만 적어도 맵은 줬어야 했어!
이 게임의 성가신 부분은, 빠른 이동을 위한 전체 맵은 존재하지만 세부 맵은 없다는 겁니다. 메트로바니아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실시간 액션을 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숨겨진 아이템들과 퍼즐은 수집항목처럼 통계가 맵에 지원됩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는 도통 알 길이 없습니다.
엔딩 후 전체 맵. 다행스럽게도 고백 편지 이외의 수집항목에 도전과제는 안 걸려있다.

- 레벨 업에 따른 성장...을 느끼기 힘든 전투 시스템.
가장 재미있어야 할 부분인데 가장 황당한 건, 전투 시스템에 결부된 성장 요소입니다. 일단 전투 한 번 하면 레벨 하나 정도 오른다고 보면 됩니다. 보스전 같은 거 깨면 레벨 두 개 정도 올라가더군요. 이거 보다 주력 캐릭터에게 수집한 별가루 마약 팍팍 먹여서 스탯을 올리는 게 효율적입니다. 레벨 업 이후 스킬 포인트로 스킬 트리를 채우는데, 게임 전체를 흔들 스킬은 따로 있을 정도로 밸런스가 안 좋고, 롤 백이 안 됩니다. 속성에 따른 상성도 있기도 한데, 전투의 묘미가 시간 빼곤 전무하기 때문에 깡데미지로 두들겨 패는 게 속편합니다. 게다가 적은 3마리까지 최대 전투에 투입되는 반면, 아군은 두 명이라는 제약이 발목을 잡습니다. 도중에 동료와 교체하는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두 명의 조합과 세 명의 조합의 차이는 전투의 재미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이지요.
약점을 알면 뭐하나, 마법사는 둘 뿐이요, 만능 마법사는 없고, 공격에 속성 부여는 보석질해야하는데...
아이템은 있지만 상점은 없어서 포션도 수량 제한이다.

* PROs.
- 속편한 이동.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할 곳이 많은 이 게임... 이동 자체가 거지 같은 경험이 될 것임을 잘 알았는지, 챕터2 이후 오로라 공주는 게임 종료 때까지 날아다닙니다.(...) 이로 인해 이동에서부터 플래포머 게임 난이도가 발목을 잡는 여느 게임들과 달리 속 편하게 필드 이동이 가능하며, 반딧불을 이용한 적 회피 기동이 가능한 덕에 퍼즐 풀기 위해 이동부터 삽질하는 일은 없습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이동에 속은 후련했다.

- 타이밍이 모든 것.
게임의 전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객체 시간별 턴제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내 시간이 돌아오는 것(WAIT)과 기술 발동에 시간이 걸리는 것(CAST)은 다름'을 적용하여 CAST 시간을 확보한 게 특이점입니다. 이 캐스트 시간 내에 공격을 받으면 캐스트가 캔슬되는 것과 동시에 시간이 뒤로 밀려버리거든요. 이걸 이용하여 적의 활동을 최대한 방해하고, 우리편의 활동 시간을 확보하는 게 기본적인 전투 전략이자 이게 전부입니다.
반딧불을 보내 적의 공격 발동 시간보다 내 기술을 먼저 써서 공격을 못 하게 막는 게 전략이다.

총평: 비쥬얼로 먹고들어가는 턴제 RPG. 참신함을 덮을 정도의 얄팍함이 아쉽다.

[xbone] Devil May Cry 5

근래 캡콤의 행보는 상당히 흥미로워졌습니다. 돈 욕심으로 망쳐버리던 프렌차이즈를 다시금 부흥시키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게 눈에 보이고, 결과물도 흥행과 비평 모두 어느 정도 잡아냈고 있기 때문에 여느 게임 개발/퍼블리셔들과 궤를 달리하는 듯하게 보입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5도 캡콤의 고심이 엿보이는 게임입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4(2008) 이후로 과감하게 닌자 씨어리에 외주주고 리부트시켰던 DmC(2013)은 기대에 크게 어긋나게 망해버리는 바람에 캡콤의 앵벌이 전략은 수정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리부트를 없던 셈치고 데빌 메이 크라이4에서 이어지는, 그러나 신규 플레이어들도 흥미 및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법한 방향으로 제작된 게 바로 이 데빌 메이 크라이5(2019)입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5는 장단점이 혼재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는 있는 액션 게임입니다. 엔딩까지 12시간 반 정도로, 가장 쉬운 난이도로 엔딩까지 달리는 게 큰 부담이 없습니다. 비록 이 게임이 파고들기 요소를 잔뜩 준비했고, 도전과제들도 거기에 다 몰빵을 때렸을지라도, 숨겨진 요소 같은 거 적당히 신경쓰고 엔딩보고 일어나는 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캡콤 게임답게 DLC가 잔뜩 있지만, 게임을 크게 바꿀 정도의 물건은 없고 오브 패키지나 외양 스킨 같은 것이기 때문에 기본판을 구매해도 플레이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에 이 게임이 추가되어서 플레이해봤습니다.
한국어 언어팩이 아시아권에만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을 홍콩으로 변경해놓고 플레이했다.

* CONs.
- 세 명의 캐릭터, 세 종류의 커맨드, 지나치게 복잡해졌잖아!
데빌 메이 크라이5는 초반엔 니로, 후반엔 단테, 교차될 땐 V라는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구성입니다. 문제는 셋의 플레이 스타일이 다 다르고 커맨드도 따로 논다는 겁니다. 특히 단테 혼자서 배요네타급으로 복잡한 커멘드에 무기도 계속 들어오는데, 이걸 활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놓고 파고들기 요소 캐릭터로 만든 느낌이랄까요. 총 20개의 챕터가 준비되어 있지만, 플레이 타임은 고작 20분 남짓입니다. 이 사이에 캐릭터가 교차되니, 자연스럽게 진행에 맞춰 플레이에 익숙해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 게임 최대 피해자, V.

- 어처구니 털리는 스토리.
후반까지 저는 이 게임의 스토리를 나쁘지 않게 봤어요. 배트맨에 조커가 꼭 나오듯이, 데빌 메이 크라이엔 단테의 숙적으로 버질이 나올 것도 당연했고, 혈연관계는 개그 요소로 봤습니다. 그런데...세상의 멸망을 부를 악신 강림 및 학살이 질투에 의한 형제 싸움과 '이따위 싸움 내가 다 막아줄 것임. 내가 이기면 관두셈. 나 쫌 안 쎘지만 이젠 쫌 쎈 듯, 인정?'으로 수렴되고 끝나는 건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6편을 위하여~! 라는 느낌이 팍팍 나기 때문에 앞서 받았던 좋은 느낌은 쓰나미에 쓸려나갔습니다.
무식한데 신념있고 힘도 애매하게 있는 새끼가 얼마나 짜증나는지 잘 보여주는 예시.

* PROs.
- 매력적인 캐릭터들.
데빌 메이 크라이5의 등장인물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기능적으로 등장하기에 비쥬얼적인 매력 빼고 뭘 어필할 수 있을까 했는데, 캡콤은 개성에 몰빵을 때렸습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V를 비롯해 V의 소환수들, 도우미 캐릭터인 니코 등, 게임 내에서 생각하면 바로 떠오를 캐릭터들을 잘 구축했습니다. 물론 캐릭터 설정이 존재하고 있고, 1편부터 했던 플레이어라면 뭔가 알 법한 얘기들도 오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얘기로 봐도 캐릭터 이해에 무리가 없습니다.
개그 요소로 치부하기엔 능력 좋고 매력있는 니코.
물론 나 같은 놈을 위해, 아무래도 상관없는, 단발 쭉빵 미녀 레이디도 준비해뒀다.
속된 말로, 취향 저격.

- 일본 게임답지 않은 스토리 전개.
역사가 길게 된 일본 프렌차이즈 게임은 그만큼 쓸데없는 설정이 덕지덕지 붙고 뭔가 있어보이려고 애쓰며, 결국 지들만 아는 얘기를 지들끼리 씨부리다가 친구 찾고 동료 찾고 세계 지키고 땡치는 걸 시공간 오가며 쌩지랄하는 게 다반사였지요. 데빌 메이 크라이5는 스토리 전개는 시간배치상 선형으로, 설정 설명은 깔끔하게 (저 새끼, 나쁜 놈이에요!) 해서 이 프렌차이즈에 대해 아는 게 없는 플레이어라도 진행을 이해 못하는 일은 없게 해뒀습니다. DmC가 쿨한 척 허세 넘치는 캐릭터가 나오지만 도무지 뭐가 어떻게 굴러가는 건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갔던 반면, 데빌 메이 크라이5는 쿨한 캐릭터가 개그 넘치는 양상으로, 세상을 망친 유리즌 쳐부시러가는 건 단순해서 받아들이기 쉬운 전개입니다.
세상을 망친 나쁜 놈 쳐죽이러 가자!

- 세 명의 캐릭터, 세 개의 전투 방식!
손에 익는 게 어려운 게 문제이지, 세 명의 캐릭터는 각자 독특한 테이스트의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잃어버린 손 대신 소모품인 로봇 팔 달고서 싸우는 거나, 자기는 하나도 공격력이 없는데 소환수 불러서 소환수 조종하여 적들과 싸우거나, 무기 싸그리 들고서 전환해가며 싸우는 건 다양성 측면에서 훌륭했습니다.
DmC를 쩌리로 만드는 비쥬얼. 잘 만든 게임은 틀림없다.

총평: 기사회생한 데빌 메이 크라이. 파고들기를 준비해놓고 강요하지 않아서 좋더라.

PS. 컷신 도중 스크린 샷 찍으면 컷신 전체가 스킵되는 건 너무하잖아. -_-a

[xb360] Rage

올드 게이머에게 이드 소프트웨어는 노스텔리지어를 자극하는 회사입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퀘이크3(1999)와 논란의 둠3(2004) 이후 완전히 침체되어, 망했다는 소식이 언제 들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지요. 레이지(2011)는 이드 소프트웨어가 야심차게 기획한 신규 프렌차이즈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녹록치 않았고,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비슷한 컨셉의 보더랜즈는 개발 지체가 계속 되던 레이지보다 먼저 출시가 되었으며 레이지가 출시되던 2011년 같은 달에 출시된 게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크소울, 포르자 모터스포츠 4, 배트맨 아캄 시티, 배틀필드 3. (혼돈, 파괴, 망가다, 으하하하!)

레이지는 나름 오픈월드 비스무리한 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 묻힌 FPS 게임입니다. 예, 어줍잖게 오픈월드 넣고 RPG 요소는 없진 않게 비슷비슷한 퀘스트들을 탑재한 그런 류의 게임이요. 다행스럽게도 이 게임은 엑스박스 게임패스에 포함되어 있어서 구독자는 무료로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저는 이걸 2년 전에 7천원 주고 사뒀던 것임...(으악!) 보통 난이도로 엔딩까지 플레이타임은 14시간 정도였습니다.

* CONs.
- 조까라 메가텍스쳐!
당시 이드 소프트웨어에선 신기술이랍시고 메가텍스쳐라 명명된 그래픽 기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예요. 전체 용량이 미친듯이 올라갔다는 것(싱글 플레이만 DVD 두 장+멀티 플레이 디스크)과 결과물이 영 신통치 않다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게임이 출시되던 시기는 언리얼 엔진을 비롯해 독자 엔진들도 구형 기기(xb360/ps3)에서도 최적화를 통해 성능을 쥐어짜내어 최상의 그래픽을 뽑아내려 했던 시기였습니다. 레이지는 원경이 좋아보이지만 정작 근경은 최악이고 텍스쳐 디테일이 늦게 불러와지는 이미지 팝인현상도 잦습니다. 결국 이 기술은 레이지에만 쓰이고 그대로 사장... 대체로 출시가 대책없이 늦어진 게임들의 공통점이 개발 도중 마케팅적으로도 유리한 신형 게임 엔진으로 교체한답시고 삽질하는 것인데 레이지는 그 전철을 밟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고 깜짝이야.

- 흥미로운 설정, 그러나 딱 그뿐인 몰개성.
레이지의 설정이 좋아보이는 건 오프닝 때 뿐이긴 합니다. 운석으로 인해 멸망하게 된 지구 인간들이 미래를 위해 동면에 드는 것까진 좋았어요. 그러나 동면에서 깨어나는 순간... 근데 이거, 흔하디 흔한 클리셰잖아요? 아무튼, 미래 세계 발을 내딛은 주인공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보이는 세계에서 주위를 도와가며 생존하는데, 겉보기는 그냥 매드맥스예요. 이 게임에서 개성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건 부메랑을 제작해서 들고다니며 적의 모가지를 딸 수 있다는 거 하나 뿐입니다.
분명, 멋진 캐릭터들이 넘치고 뭔가 더 해볼 구석이 있는 세계관이지만 전부 배경 병풍일 뿐이다.

- 납득이 가지 않는 전개.
이 게임은 동면에서 깨어난 직후부터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도대체 왜 지나가던 1인은 선뜻 주인공을 구해줬으며, 별 일도 없어보이는데 마을이 위험해진다고 추방을 하며, 인근 인간들은 물리적으로 코 앞에 산재한 문제들을 이방인인 주인공에게 떠넘겨 해결해주게 하는 것인가? 분명 클랜 하나는 아크의 위치 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음에도 왜 지정 경비를 보지 않고 방치해두어, 설령 주인공 같은 인물에게 본진이 털린다는 최악의 사태에도 그걸 씹어버리고 자기들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버려두고 있었는가? 시작부터 끝까지 저는 이 게임이 던지는 이야기에 대해 이해하는 걸 관뒀습니다.
마을에서 돌아오지 않는 인물 탐색 퀘스트를 받고 보니 마을 초입에서 빤히 보이는 공장이 목적지.

- 어째서 맵이 없는 것이지?
놀랍고도 놀랍게도 이 게임은 시스템상 맵이 없습니다. -_-; 필드상에서는 목적지 찾는 것을 위해 우측 상단에 작은 미니맵을 떠서 방향을 표시하지만, 그 이외의 경우엔 얄짤없이 맵도 미니맵도 없이 진행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마을 내에서 퀘스트 수주나 해결을 위해 누군가를 찾아가야 하는 경우....욕나옵니다. 전투 맵에선 다행히도 죄다 죽이고 끝까지 가보면 퀘스트 아이템이 있거나 주요 인물이 전투 중에 죽어서 해결이 됩니다만 이따금 진행 루트가 구석에 짱 박힌 게 안 보여서 뺑뺑이치는 일도 생깁니다.
분위기 좋으면 뭐해? 퀘스트 깨러온 거지 분위기 즐기러 온 거 아닌데.

- 빤히 보이는 적들의 행동 패턴.
처음 이 게임의 전투를 접하면 꽤나 놀라게 됩니다. 적들의 회피 반응이 대단해서 전투 난이도가 높다고 느끼거든요.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무기가 한정된 극초반을 상정한 스크립트이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의 적들 AI는 별 거 없고, 그냥 정해진 스크립트대로 뻔하디 뻔하게 쏟아져 나옵니다. 이러다 보니 중반 이후론 적의 타입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이에 공격 레인지 무기 선택이 바꾸면 그대로 피바다를 만들게 됩니다.
샴쌍둥이 아님.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님.

- 그냥 일직선 진행으로 만들지 그랬니...
게임이 오픈월드 향을 묻혀서 비스무리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나 RPG 요소로 퀘스트를 탑재한 것까진 그냥 그렇다고 합시다. 근데 그 퀘스트들이 죄다 스토리 진행으로 진입했던 곳을 다시 가서 역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란 겁니다. 그게 다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 더 있을 법한 것들도 잠겨있습니다. 디스크 버젼 신품을 구입했을 때나 따라오는 DLC 같은 거죠. 레이지는 놀랍게도 유료 컨텐츠 부분이 맵에 그냥 존재하고 잠긴 상태로만 나옵니다. 차라리 2010년에 아이폰 버젼으로 나왔던 레일 슈터 레이지 모바일이 더 재밌었습니다.

게임 내 멀티 플레이 컨텐츠로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망할 레이싱(...)과 2인 코옵인데 2인 코옵은 둘이서 일직선 돌파 플레이로, 상당히 괜찮습니다.(물론 이미 온라인은 하는 사람없고, 스플릿 스크린은 화면 비율이 이상해서 욕나오지만...) 허나 시간 제한 플레이 같은 게 있고 반드시 두 명이 필요한 거라 접근성이 나쁜 게 유감입니다.
시작부터 꿈과 희망도 없음을 예시해주는 바이크.

* PROs.
- 기본은 하는 슈터.
썩어도 준치라고, FPS 슛팅에 대한 감각은 이드 소프트웨어 게임답게 좋습니다. 다만 총알 수급이나 제작, 무기 밸런스 문제나 등장 시기 문제는 썩 좋다고 얘기하기 힘듭니다.
극후반의 BFG과의 일직선 진행은 괜찮았지.

총평: Rage하게 만드는 lazy한 game. 속빈 강정.

PS. 결국 2편(2019)은 매드맥스 게임 개발사에게 외주줬다는 게 개그.

[xbone] Cuphead

2017년 중반, 캐나다에 위치한 스튜디오 MDHR이 출시한 컵헤드는 게이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80년대 게임들 마냥, 마계촌을 연상시키는 극악의 난이도의 스테이지들이, 80-9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의 풍의 그래픽으로 플레이어를 반겨주었지요.

플래포머 게임을 잘 못하는 제가, 극악의 난이도의 이 게임을 사서 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습니다만... 제작사가 한글화를 차후 업데이트로 해준데다가 때마침 여름 할인이 있던 작년에 구매해뒀습니다. 게임 정가는 $19.99이고, 엔딩까지 19시간 걸렸습니다. 한 달 동안 저녁먹고 오프라인 2인 플레이로 즐겨봤습니다. 2019년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동안 500백만장 이상이 판매되었고, 내년에 추가 캐릭터와 스테이지를 DLC로 낸다고 합니다.

게임의 난이도에 관한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이 게임의 게임성과 퀄리티가 최상위급임엔 이견이 없을 것 같군요. 같이 할 친구가 있다면 꽤 흥미로워집니다. 이 게임은 1인 플레이와 2인 플레이 사이의 테이스트가 조금 다릅니다. 2인 플레이시엔 친구가 사망한 캐릭터를 살려줄 수 있는 반면, 적의 체력이 늘어나고 공격의 밀도도 높아지며, 등급 적용되는 항목들이 도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속전속결 하이랭크 스테이지 클리어를 목적으로 한다면 1인 플레이가 낫습니다. 반면, 난이도 자체가 어쨌든 높기 때문에 서로 도와주거나 '나를 버리고 가라~!'를 시전하며 비장하게 클리어하는데엔 2인 플레이가 낫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온라인 멀티플레이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일본 게임이었으면 한국에서 큰일났을 법한 화면의 컵대가리. 왜 복수형이 아닌지는 모르겠다.

* CONs.
- 2P 문제.
컵헤드의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오프라인 2인 플레이를 지원하면서도 2P의 계정 처리에 대해 깔끔하지 못한 문제입니다. 2P 플레이어의 정보가 2P 계정에 저장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 A와 B가 같이 게임을 시작하여 스테이지 1을 클리어하더라도, 플레이어 A로 게임을 시작했던 것이라면 게임을 다시 기동하고 플레이어 B로 메뉴에 들어가면 세이브 데이터가 아예 없어서 게임을 새로 시작하게 됩니다. 또한 게임 내 1P 2P 계정 지정이 가끔 꼬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1P&2P 도합 통계일 듯.

- 아직도 남아있는 버그.
출시 후 2년이 지났음에도 버그가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제가 겪은 건 두 개인데, 튜토리얼 끝나고 할아범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나가는 아이콘이 나오지 않아 집에 갇혀버린 것(...)과 후반 런앤건 스테이지에 석상이 입김을 내뿜어서 뒤로 밀려나는 모션이 고정으로 걸려버려 가만히 놔둬도 계속 뒤로 문워크 이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 다시 볼 수 없는 컷신.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의미심장한 몇 안 되는 컷신은 다시 보기가 없습니다. 초기 메뉴 화면에 넣어줄 법도 합니다만 시작/옵션만 제공할 뿐입니다.

-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
컵헤드는 상점용 동전을 모으는 런&건 스테이지와 그냥 싸워 이겨야 하는 보스 스테이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사전 정보가 거의 없이 샀던 터라 마계촌 같은 런&건 스테이지를 어느 정도 깨면서 보스와 싸우는 것인줄 알았습니다만, 각 레벨에 런&건은 딱 2개씩 있을 뿐이고, 보스 스테이지와 독립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런&건부터 플래포머 게임에 어느 정도 실력이 없으면 클리어 자체에 애로사항이 꽃필 겁니다.

보스 스테이지 또한 끝났다는 메시지가 나오기 전까지 끝난 게 아닌 상태로 무자비한 공격이 날아옵니다. '저걸 어떻게 깨!!'라고 좌절하다가 보면 공략법이 보이지만, 그동안 죽어나가는 건 꽤나 고통스런 것이지요. 쉬운 난이도도 준비되어 있지만, 이건 보스의 공격 패턴을 단순화한 맛배기 버젼으로, 진행을 위해선 반드시 보통 난이도로 격파해야 합니다. 동전을 다 모으고, 항시 남겨두시길. 낭비하여 앵꼬난 상태로 진행하다간 진행 자체가 망해버릴 수 있습니다. 플래포머 게임 고수라면 기본 총과 맨몸으로 깰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적어도 그런 부류가 아닙니다. -_-;
사실 엔딩을 보고 상점 아이템을 다 구매한 지금도 클리어에 자신이 안 든다.

* PROs.
- 짜증나게 만드는, 그러나 절묘하게 공략법이 보이는, 그래서 더 짜증나는 레벨 디자인.
이 게임의 대단한 점은, 레벨 디자인이 예술이라는 겁니다. 한 방 맞으면 목숨이 깎이고, 다 깎이면 게임 오버로 스테이지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는 이 게임은, 그걸 반복하여 플레이어가 스테이지 패턴을 익히면서 공략법을 체득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여러번 플레이하면서 공격이 극대화되는 상점 아이템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고, 게임 오버시 어느 페이즈까지 진행했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게이머가 공략법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의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공략법을 몸으로 행하기에, 이 게임은 악랄한 공격 패턴을 보여주기 때문에 공격이 오는 걸 눈으로 보고 곧 죽을 것을 알면서도 피하질 못해서 욕하면서 사망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웃음)

스테이지 클리어 타임은 대략 1:30에서 3:00 정도입니다. 3분도 안 걸리는 시간에 스테이지가 클리어되는데, 정작 깨고나니 시간은 한 시간이 지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아니, 그 정도라면 다행이죠. 어느 스테이지는 세 시간 넘도록 깨질 못했는데. 공략법이 보이기 때문에 손을 놓을 수 없고, 클리어했을 때 성취감이 상당합니다. 단점으론 그렇게 깨고나면 두 번 다시 또 깨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는 것이겠네요. 하하하.
아무리 봐도 호구인 첫 보스, 밭의 야채 삼형제.

- 끝내주는 그래픽과 배경음악.
컵헤드는 재즈풍의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딱 80-90년대 감성의 그래픽을 선사합니다. 나오는 캐릭터들은 어딘가 낯설지 않은 구석이 있는데, 당시의 문화를 반영하여 오마쥬한 게 많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런 거 하나도 몰라도, 게임이 보여주는, 옛 디즈니 같은 느낌은 매우 훌륭합니다.
빵야~ 빵야~
열려라 꿈동산 같은... 느낌아니까~

총평: 21세기에 펼쳐지는 20세기 애니메이션 테마의 총질 플래포머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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