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유비소프트가 오랜만에 정식 넘버링을 달고 출시한 어쌔신's 크리드3는 그동안 오랫동안 지속되온 에지오 시리즈의 뒤를 잇는 하나의 거대한 상품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2편이 그렇게까지 성공할 줄 몰랐는데 지나치게 잘 팔린 바람에 3편은 화려하게 팔아먹으려고 삽질을 해버렸다는 얘기입니다. 본편에 있어야할 게 다 잘려나가, 게임을 해봤자 이게 뭔소리인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전개를 만들어냈고, DLC는 뜬구름잡기였으며, ps비타용 외전까지 팔아먹기로 내놓았다는 거죠. 이게 당시엔 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엄연히 3편은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이 뒤를 이은 4편도 괜찮았거든요. 그러니까 그 뒤로 몇 년간 똥을 싸지르며 판매량이 나락으로 가버린 건 유비소프트의 업보입니다.
이후, 어쎄신's 크리드 오리진이 성공하게 되면서 유비소프트는 다음 게임인 오딧세이를 준비하면서 3편의 리마스터 버젼을 공개합니다. 근데 이미 2편 리마스터로 똥을 싸질러놓은 탓에 이게 어찌될지 자신할 수 없었는지 오딧세이 시즌패스에 이 게임을 번들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제목 그대로 3편만 포함된 게 아니라 외전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xbox360용으로 출시했던 3편을 최근 게임엔진으로 포팅한 뒤, DLC를 전부 넣었고, 멀티 플레이 관련 컨텐츠를 전부 제거했고,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용으로 나왔던 외전의 엑스박스360용 HD 버젼도 포팅한 뒤에 한 패키지로 만든 버젼입니다.
2022년 현재 어쎄신's 크리드 3는 엑스박스 하위호환으로 돌아가긴 합니다. 그러나 좀 문제가 있습니다.
1. 한국 마켓의 어쎄신's 크리드 3는 한글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xbox360 유저라면 디스크판을 구해야 함.
2. 하위호환 마켓을 쓴다면 일본을 통해 다운받으면 한글이 나옵니다. 근데 컷신 자막은 죄다 영어로 나와요.
3. DLC는 한국 마켓에 있지만 시즌 패스는 해외 마켓에만 있습니다. 해외계정으로 구매한 뒤 게임 내 마켓에서 다운받아야 합니다.
4. 외전은 한국 마켓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시점에 이 10년된 게임을 하려면 리마스터 버젼이 가장 좋은 선택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 게임의 엄청난 팬이 아니라면 이 게임을 따로 구매하는 건 말리고 싶군요. 오딧세이 시즌패스를 통해 무료로 받는 게 낫습니다. 저 또한 굳이 구매할 생각이 없었지만 오딧세이 골드 버젼을 구매하는 바람에 이게 라이브러리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게임 본편은 32시간이면 100% 동기화, 모든 도전과제 클리어가 가능합니다.(어쩌다보니 구판 동기화 100% 도전과제 때문에 두 게임을 일부 병행했습니다.)
구판에서 농지 도움 미션들이 마치 적들 척살처럼 빨갛게 표시되었던 게....
일반 미션처럼 색깔 바뀐 정도의 소소한 차이가 있는가 하면....
* CONs.- 불쾌한 컷신.
이 빌어먹을 리마스터 버젼은 컷신에 똥을 처발라버렸습니다. 캐릭터들의 눈깔이 죄다 이상해요. 오히려 프리랜더링된 거 해상도만 업스케일시킨 게 나을 정도로, 본편의 컷신은 정말 최악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360버젼 구판인데....
이게 2019년에 발매한 신판의 리마스터링 꼬라지.
- 도대체 한국어 감수는 누가 한 것인가!
사실 구판의 번역은 개판이었습니다. 헤이덤을 하이담으로 해놓지 않나, 범례를 전설로 번역해놓질 않나... 리마스터 버젼을 만들면서 번역에 많이 손댔습니다.(그런데 본편에서 헤이덤으로 멀쩡히 나오지만 시작화면 정보를 보면 헤이섬으로 번역되어 있음...) 이 리마스터 버젼의 번역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력이 병신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멀쩡히 잘 나오던 자막이 맥락없이 잘려서 출력되는 건지 납득이 안 갑니다.
....뭐?
그래, 난 의미를 하지.
- 버그....
구판에 버그가 없진 않았지만, 치명적인 건 없었어요. 그러나 이 게임은 버그가 상당합니다. 아니 리마스터링하면서 버그를 남발하면 어쩌라고. 적들 스폰이라던가 이벤트 처리 같은 거에 버그 끼면 속 터집니다.(동기화100% 도전과제의 주적.) 사냥을 해야하는데 동물이 증발하거나 어디 끼는 일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암살자가 되라고 했더니 닌자가 되고 있네.
저기요, 여기서 이러시면 제가 구해드릴 수가 없잖아요? 어서 노예마차에 다시 타세요.
* PROs.- 일신한 인터페이스와 조작.
구판의 경우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었습니다. 화면 조종 키를 오른쪽 스틱에 배정해놓곤 정작 맵 화면에선 왼쪽 스틱을 써야 메뉴들을 이동할 수 있었지요. 미션 진행 도중 동기화 조건을 보려면 정지 화면에서 미션 일람을 가서 현재 진행중인 미션까지 찾아가야 동기화 조건 및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이젠 화면 이동의 일관성과 정지 버튼 한 번이면 바로 출력되는 진행 상황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3편부터 도입된 파쿠르 움직임 입력이 4편따라 변경되어서, 좋게 말해 욱중한 움직임이고 솔직히 입력 딜레이가 의심되는 굼뜬 움직임이 빠릿해졌습니다.
도대체 왜 왼쪽이 있는지 모르겠는 메뉴와 LB 버튼으로 볼 수 있는 전설.
마커는 왼쪽 스틱, 메뉴는 오른쪽 스틱으로 정상화된 메뉴. 전설은 범례가 되었다.
- 리마스터링의 효과를 보긴 한 그래픽.
10년 전 게임의 구판과 신판을 번갈아 해보니 조금(!) 차이가 나긴 합니다. 엑스박스의 하위호환이란 좀 쩔어주는 기능이 빛을 발해버린 유감스런 부분이기도 하겠군요. 그래도 본편을 비롯해 외전까지 리마스터링의 효과는 있었습니다. 외전의 경우 컷신은 업스케이링이고 에셋 일부도 업스케일링인 게 티가 나지만 게임 플레이에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고요.
1:1 비교 아니면 리마스터 버젼의 그래픽이 나아보이긴 함.
명불허전 해상전도 좋았고.
애블린의 뽕도 괜찮았다.
총평: 유감스런 리마스터링. 오딧세이에 번들된, 제작사마저 인정한 상품성.
PS. 이제 유비소프트가 이 시리즈에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하나 남았네요. 1편의 리.메.이.크. THE 어쎄신's 크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