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콘으로 찍는 사진은 참 마음에 드는데, 정작 가족들은 후지로 찍은 사진을 좋아해서 활용도가 떨어지던 상황이었고, 결정적으로 손목에 걸리는 부담이 너무 커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얼마 전 외국인 학생이 탐내길래 헐값에 싹 다 넘겼습니다. 이제 저보다 더 잘 쓰겠지요.(웃음)
순리적(...)으로는 Z6로 갔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z마운트 렌즈와 xqd카드로의 이동이 너무나 큰 지출을 부르는 상황이라 망설이고 있었지요. 사실 ibis가 지원되는 F마운트 바디가 나온다면 꼭 사겠습니다만 현재의 니콘 행보와 상황은 녹록치 않기 때문에 별 기대를 안 하고 있습니다.
필름 썼던 입장에서 풀프레임 환상은 눈꼽만큼도 없는데 ibis가 꼭 필요해서 선택할 만한 바디가 몇 없던 터라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때마침 H1이 대폭 할인 이벤트를 해서 H1을 들였습니다.(생일 핑계로 과감한 카드 결제!) 제겐 DoF가 보케보다 중요한데 실내나 일몰 즈음부터 핸드헬드로 F2 이상을 못 쓰는 건 큰문제였거든요.(3 stop 수준의 ois는 그냥 대낮에 쓸만한 거지, 활용도가 너무 떨어졌어요.)
그리하여 후지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렌즈교환형 미러리스 바디만 세 개째입니다. 하하하...
원래 계획은 H1에 18-55 물려서 쓰는 것이지만 당장 제습함 밖에 굴러다니던 렌즈가 T1에 꽂혀있던 27mm라 H1이랑 조합을 해봤는데 기대 이상입니다. 뭐, 여행가면 계획대로 쓰겠지만 데일리 스냅용으로도 매우 좋은 조합이었습니다. 대충 5~5.5 stop ibis라고 하는데 체감이 확 됩니다. 후지의 광학 능력과 is 능력은 기대 이상이고, 그밖의 것은 죄다 기대 이하라는 게 개그입니다만.
아마 실제 활용은 H1+18-55(메인), A5+55-200/미놀타50.7(서브), T1+27(파노라마)일 겁니다. 정말 기괴한 조합이긴 하군요.
기능이 너무 많이 달려있어서 메뉴얼 읽고 일일이 메뉴 들어가서 손대보느라 기기 설정 소요 시간이 꽤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만큼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하다는 건 좋은 부분입니다.
필드 테스트해보면 조금 더 설정을 바꾸겠는데 일단 ibis가 1/30초까지는 가뿐히 받아줍니다.
기존 후지와 차원이 다른 그립은 확실히 메리트가 크고, 흉칙하게 돌출된 부분이 없어서 따로 분리하여 파우치에 넣고 다니다가 쓱 꺼내서 결합할 수 있는 버티컬 그립 디자인도 마음에 듭니다. 버티컬 그립에 배터리를 두 개까지 추가로 넣을 수 있는데, 그거 안 넣어도 정상 작동이 되기 때문에 무게가 부담된다면 적절히 가감시킬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H1의 셔터 버튼의 깊이감과 셔터 소리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저는 좋아합니다. 뻥 좀 보태면 옛 콘탁스 아리아 생각나요.
그러나 역시 단점도 적지 않는데, 전원 들어가기 시작하면 내내 울리는 냉각팬(?) 소리와 특정 메뉴에 들어가면 멈추는 그 소리, 카메라 설정 잡고 테스트 샷만 스무 장 정도 좀 날렸을 뿐인데 사라진 배터리 두 칸 (구매 후 풀충전 배터리 넣고 오늘이 열흘째인데 전원 오프 상황에서 누수는 크지 않습니다), 출력 전류는 조금 늘었지만 커넥터가 원가 절감되어 돌출되어버린 흉칙한 배터리 충전기 디자인, 코가 터치 스크린 건드리는 것 때문인지 상단이 크게 나와 썬글라스 썼을 때 걸리적거리는 아이컵 등이 체감으로 크게 와닿습니다.
AF용 터치 패널은 off, 리뷰시는 on으로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터치 패널 기능이 없는 T1의 아이컵과 교체하니까 편하긴 하더군요. 혹시 H1의 아이컵이 불편하시다면 T1용 아이컵으로 교체하시길.(후지 서비스센터에서 T1용을 따로 팔 겁니다.)
이하는 27mm로 간단히 찍어본 사진.

고스트리콘 한정판에 딸려온 피규어.(게임은 내 손을 떠났지만 피규어는 남았당!)

미대의 손길이 느껴지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