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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나의 황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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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Kyoto, Japan - Heian Shrine (平安神宮)

우중충하게 맞이한 여행 이튿날 아침.

이번 얘기는 헤이안 진구(신궁)입니다. 숙소가 기온이었고, 체크아웃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아침에 잠깐 나가서 볼 만한 게 뭐 없나 하다가 가게 된 곳이네요. 아마 혼자 칸사이 지방을 다녔다면 계속 갈 일이 없었을 법한....

거하게 신궁이란 이름까지 붙어있지만, 이럴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비교적 최근인 1895년에 쿄토로 수도를 옮긴 지 1100주년을 맞이해 건물을 세우고 쿄토로 수도를 옮기던 당시 왕이었던 칸무(일본사에 종종 나오는 듯한 이름인 듯한데....교양일본어 수업들은 지 10년이 넘어서 영 기억이...)를 신으로 모시는 신사로 탈바꿈하면서 현재의 이름을 얻게 되는데..... 현재의 건물은 현대에 지은 겁니다. 1976년에 방화로 인한 화제가 발생하여 목조 건물 대다수가 소실되었던 거죠.

어째 모 나라 모 국보가 홀라당 타버린 사건이 뇌리에 스치는데, 애초에 헤이안 진구는 메이지 시대에 지어진 거라 문화재가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소방법에서 강제하는 안전장치가 무력화되었죠. 거기에 방화의 이유가 칸무 왕을 신으로 모시는 것 자체에 대한 증오였습니다. 실은 저 왕시절 일본은 북부로 뻗어나가며 아오모리와 홋카이도를 정벌(=강제병합)하다시피 했지요.(이 시절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 결국 복원하는데 있어서 정부에서 지원금이 안 나왔고, 대국민성금으로 복원했다고 합니다. 일단은 몇몇 건물이 2010년에 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는 합니다만 유네스코급으로 가려면 몇 세기는 무사히 더 있어야 하는, 애매모호한 곳입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이 즐비한 쿄토에서 말이지요.

근데 이곳, 부지 스케일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합니다. -_-;;
야사카 신사에서 북쪽으로 10분 내외.
난젠지 서쪽이며 긴카쿠지 남쪽이다.
최하단 블락이 미술관, 두 번째가 공원, 최상단 부지가 헤이안 진구.
서쪽에서 남쪽으로 굽이치는 수로엔 사쿠라 시즌 한정으로 꽃놀이 배가 뜬다.

남쪽 미술관 앞 버스정거장에서 하차 후 보게 되는 초거대 토리이(大鳥居).
하지만 철근 콘크리트에 페인트 칠한 거... -_-a
크기만 해서 웃음밖에 안 나왔다.
두번째 블락의 오카자키 공원에서 기분이 좋아진 동생.
분위기 잡고 한 장.
예쁘장하게 나온 사진을 한 장이라도 낑겨넣어주는 게 인지상정...
입구 도착. 대문 옆엔 봉납한 술통이 쌓여있다.
테미샤. 용이 아니라 범이 석상으로 있어서 신기...
한국 중고등학교 운동장처럼 넓직한 공간이 대문 너머 마당에 있다.
여기까지가 무료 입장 범위. 중앙에 보이는 가장 큰 건물에서 왼쪽으로 가면 매표소가 있다.
입장권에 벚꽃이 있던데 이게 기간 한정인지 늘 이런 건지 모르겠음.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듯한 기차 한 량이 전시중.....
내가 이런 곳에서 저걸 읽거나 기록을 남길 리가 없지...
연못에 사는 물고기. 붕어인가 메기인가, 난 어류 구분을 못 하겠다.
격자를 쳐놓은 지붕으로 걸린 벚꽃가지들.
빠, 빠, 빠, 빠워~ 줌!
거대한 벚나무와 작은 여동생.
* 누르면 커짐
세이호우 연못 북쪽에서 보는 풍경.
입장권에 찍힌 사진과 비슷하게 찍어보기.
물론 이 사진이 더 나은 것 같다. 당연히 내가 찍어서 하는 말이다.
타이헤이각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널 수 있다.
조금 지쳐서 브레이크.
한적하게 바람이 불고, 양쪽으로 시야가 트여있어서 쉬어가기 좋다.
반대편 앵글에서 한 장 더. 생각보다 길다.
출구를 나와, 대문으로 향하던 중 발견한 오미쿠지 묶어놓은 나무.
역시 사쿠라 시즌 한정인지 종이색이 벚꽃 색이다.

사실상 이곳은 역사적인 건물이 없는 터라 건물따윈 집어치우고 정원으로 밀어붙은 관광지입니다. 무엇보다 종합선물세트처럼 광대한 부지에 정원을 조성하고 연결해놓아서 한 바퀴 돌아서 나오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적인 정원 조성이 아니기 때문에 쿄토의 흔하디 흔한 모래 정원은 아예 없는데(마당에만 모래가 자글자글...) , 이 점이 이곳을 식상하지 않게 만듭니다. 유명한 곳만 골라서 돌다보면 문외한 시점에선 비슷비슷해 보이거든요. -_-;;;

신사의 역할도 하고 있지만 종교색보다는 관광지 색이 철철 넘치는 곳입니다. 아침부터 대문 앞에는 삼각대 펼치고 사진찍는 노인들도 있고, 외국인들도 마당에 상당히 많습니다. 부지가 넓어서 왠만한 인파는 감당해줄 것 같지만, 정원의 길폭이 그리 넓지 않아서 사람들 몰릴 때는 여느 관광지나 다름없습니다.

신궁이라고 이름은 붙어있는데 신을 모신다기 보단 관광지요, 궁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주력 상품은 정원이니, 이름부터 아이러니해서 기억에 남은 곳입니다.(더불어 무지무지 큰 부지....) 사쿠라 시즌에 초행이라면 그냥 추천. 그 외 시즌엔 추천 못하겠습니다.(킨카쿠지를 가요, 킨카쿠지! 금박 칠한 사찰이 있지요! 물론 한 번 가면 두 번 다시 갈 일이 없지만.)
떠나기 전, 대문에서 한 장.
발색이 좋다.

다음 얘기는 호텔 체크아웃 후 옮겨간 호텔. JR 쿄토역 바로 남쪽의 호텔을 잡아버렸음.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