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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나의 황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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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ne] Shadow Warrior

20세기 말에 접어들던 1997년, 듀크 뉴켐 3D로 유명한 3D 렐름즈에서 뜬금없이 일뽕오리엔탈리즘 듬뿍 끼얹은 FPS 게임을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의 존재 자체를 몰랐습니다.(3D 렐름즈 게임과 나는 이상하게 거리가 멀었지...)

2014년, 뜬금없이 폴란드에 위치한 플라잉 와일드 호그라는 개발사가 이 게임을 리부트하여 새로이 출시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과 컨셉만 그대로 남기고 완전히 갈아엎은 게임인데 꽤나 특이하게도 20세기 레벨 디자인을 따랐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꽤나 독특한 테이스트를 내포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도전과제는 세이브/체크포인트 없는 최고 난이도 클리어를 제외한 모든 도전과제를 클리어했고, 노말 난이도에서 28시간 30분으로 클리어 타임을 찍었습니다. 쉬운 난이도로 하면 이 절반 정도가 걸린 겁니다. 중간에 본의 아닌 삽질을 해서 날러먹은 시간이 꽤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게임을 생각보다 재밌게 플레이했습니다. 올해 초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 회원 대상 무료 게임으로 풀릴 때 다운한 거라.... 게임이 10달러 내외로 할인을 한다면 한 번은 해볼만하다고 하겠습니다.
시작부터 작렬하는 일뽕. 그림자 전사=닌자!

* CONs.
- 엉망인 스토리 전달
사실 이 게임에 스토리가 필요할까 싶지만, 의외인 점은 스토리가 있긴 있다는 거예요. 여동생을 위한 호지의 고군분투기...라고 요약해도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이게 게임 플레이와 따로 놀고 있다는 거. 게임 내에선 닥치고 악마와 적들을 베어죽이고 죽이고 닥치고 죽이는데, 컷신으로만 잠깐 비장한 와페니즈스토리가 나오고 다시 게임으로 넘어간다는 겁니다. 이러니 후반에 들어선 '아 진짜,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고 관심없으니까 SKIP!' 정도의 의미밖에 안 됩니다.
다행스럽게 멀쩡한 이름인 호지. B로 시작했으면 대참사.

- 의미없이 과도한 오리엔탈리즘
이 게임은 분명히 일뽕을 뜸뿍 끼얹은 물건입니다. 근데 주인공 이름은 Lo Wang(로 왱)으로 중국계 왕서방입니다. -_-; 야쿠자 하우스처럼 나오는 건물도 내부는 중국 양식으로 되어 있지요. 제작진이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겁니다. 주인공의 고용주이자 악당인 인물의 이름은 질라예요. 갓질라(...)에서 따온 거겠죠. 그걸 사람 이름으로 쓸 수 있는지는 안 궁금한 겁니다.
아무리 봐도 문신한 중궈.
동양엔 컴플렉스에 의한 남근숭배사상이 있으니 저택에 놓자?!
주모, 여기 일뽕 한 사발 추가요~

- 최악인 네비게이션
십자키 하나에 할당할 정도로 '게임 내 목표 찾기'는 제작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입니다. 문제는 이게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찾는 와중에 '열쇠를 찾아 문열기'라는 뻔한 수준의 문구라는 겁니다. 그게 어디에 있는지, 힌트가 없어요. 더 열받는 건 노란색으로 발광해야 하는 목표 오브젝트가 이따금 난반사의 영향인지 도저히 가시적으로 보이질 않는다는 겁니다. 이게 이 게임의 최악의 단점으로 꼽힐 수 있는 이유는, 일직선 진행이긴 하지만 챕터 내 맵의 시작점까지 되돌아갈 수 있는 레벨 디자인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게임 내에서 삽질을 몇 번 했는데, 그게 길찾기였어요.
실제론 나카무라 교수의 시체에서 모가지를 잘라가는 건데
목표는 나카무라 교수라고만 뜨고 정작 시체는 눈에 안 띄는 사태가..

- 색다르라고 넣었지만 욕나오는 특수기
이 게임엔 카타나 액션과 왼손 전용 특수기가 있습니다. 이 게임만의 특이한 점이라면 발동인데요, 상하좌우 스틱을 같은 방향으로 두 번 밀고 트리거를 당기는 건데 이게 생각보다 잘 안나가고 딜레이가 너무 커서 의미가 없어요. 다구리 당하고 있을 때 전방향 공격을 위해 칼을 장착하고 커맨드 입력 후 기술 모아서 발동시키는 것보다 자기희생적 공격(폭발 화살/로켓런쳐) 한 번이 더 화끈하고 효율적이란 말이죠. 왼손 특수기는 더 최악인데, 발동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게임은 왼쪽 트리거가 왼손 기술 전용이 아니라 무기의 특수기이기도 합니다. 즉, 무기를 들고 있을 때 왼손 기술 쓰려다가 탄환 낭비되는 특수 공격을 해버리는 일이 생긴다는 거죠. 회복기술 제외하곤 매리트가 없어요.
숨겨왔던 나의...
일뽕의 힘이여!

- 엄청난 컨트롤.
2010년대 출시된 이 게임의 엄청난 점은 컨트롤에 어처구니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대쉬 기능을 꼽겠습니다. 전후좌우 순간 대쉬가 있고, 전방 달리기도 가능합니다. 근데 대쉬와 점프는 따로 놀아요.(닌자인데...) 대쉬 도중엔 점프가 안 되고, 점프 중엔 대쉬가 안 됩니다. 벽/오브젝트/적들 사이에 낑기기라도 하면 단순히는 탈출이 안 되요. 게다가 내리막 길에서 대쉬를 쓰면 내리막 경사를 제대로 계산해내지 못해서 대쉬 도중 추락사 처리가 됩니다.(웃음)
반자이 어택!

- 짜증나게 난이도가 확 올라가는 구간.
게임 내 적 타입 중 세 놈이 최악이에요. 무조건 부활시키는 스켈레톤 샤먼 (척살 1순위), 전면 공격 다 씹어먹고 오로지 후면 공격만 인식하는 버서커 십새퀴, 순간 이동해서 눈앞에서 칼질하는 상놈들... 그리고 중간 중간 이 셋 중에 둘 이상이 출몰하는 구간이 반드시 나옵니다. 이때 난이도가 급상승합니다. 플레이하다 보면 정말 '어째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독해져요. 이건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은 겁니다.

* PROs.
- 끝내주는 액션.
이건 피와 살조각이 튀는 게임입니다. 카타나로 베면 그 방향으로 잘려나가요. 샷건이나 폭발물을 쓰면 육체가 파편으로 날리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게 지나치게 과도하여 데미지 범위를 넘어갔다는 이유로 석궁으로 맞췄는데 적이 폭발해버리기도 하지만, 화끈한 액션 게임으로써 이 게임은 마음에 듭니다. 기본 옵션으로 카타나의 스킨을 바꿀 수 있는데, 광선검 타입으로 하면 스타워즈 게임보다 더 써는 맛이 있어요. -0-b
붕쯔, 붕쯔~ 슈칵, 슈칵~

- 올드 패션드. 그렇지만 잘 만들었다.
게임 내 챕터는 17개인데 보스전 챕터도 있고, 챕터당 1시간은 족히 걸리는 분량이라 게임이 요즘 추세와 달리 꽤나 볼륨이 있는 걸로 느껴집니다. 게다가, 위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일직선 진행이지만 퍼즐 풀어 문열고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는 구성이라 맵을 정말 넓게 쓴다는 느낌입니다. 이건 둠을 위시한 20세기 후반 FPS의 테이스트지요. 게임 내 길찾기에 짜증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만 다양한 환경의 챕터 구성과 스테이지 곳곳을 지루하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든 레벨 디자인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공략법은 단순했지만 스테이지 구성이 만족스러웠던 보스전.

- 센스있는 숨긴 요소와 이스터 에그.
숨겨놓기 위한 숨김 요소가 아니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요소로 숨긴 오브젝트가 있어요. 이스터 에그도 따로 있고, 이스터 에그스런 요소도 있고 해서 이걸 찾아 맵을 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공략본 보고 하는 게 제일 낫지만요.
맵에 숨긴 영역으로 레트로 영역이 있고, 거기에 수집 요소를 갖다놓았다.
폭포 뒤에서 아앙~

총평: 지독한 일뽕의, 그러나 잘 만든 올드패션드 FPS 게임.

ps. 이 게임은 2탄도 나왔어요. 그래픽도 일신하고 컨트롤 체계도 바꾸고 했다는데, 문제는 제가 혐호하는 4인 코옵 요소 도입과 오픈월드로의 장르 전환이 동시에 적용된 거라서 돈주고 사서 할 일은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