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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나의 황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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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ne] Batman: The Enemy Within - The Telltale Series

2016년에 텔테일 게임즈가 출시한 배트맨 게임은 꽤 호평을 들으며 (아마도...) 잘 팔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세로 텔테일 게임즈는 2017년에 시즌 2를 출시합니다.

어째 엑스컴을 연상시키는 부제를 달고 출시된 텔테일 게임즈의 두 번째 배트맨 게임은 핵심적인 한 가지 변경점이 이 게임을 지금까지의 텔테일 게임즈 게임들과 그 궤를 달리한다고 느껴질 정도의 큰 차이를 만듭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저는 이 시도를 좋게 봅니다. 사실 텔테일 게임즈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욕을 먹은 단점이 바로 '플레이어가 선택을 해도 크게 별반 달라지는 게 없다'라는 것이었으니까요.

게임은 텔테일 게임즈의 게임들이 늘 그러하듯 5개의 에피소드이고 한 개의 에피소드는 2시간 분량이고 엔딩보면 모든 도전과제가 언락되어 100% 클리어가 됩니다. 왕창 할인할 때 구매해서 엔딩보고 일어나기 딱 좋은 게임이라지요.

* CONs.
- 개나 소나 다 알아버리는 배트맨의 정체.
이번 게임은 베트맨 게임으로써 최고의 플롯을 끄집어낼 수 있는 시나리오로, '배트맨으로서의 선택이냐,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선택이냐'를 택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초반 이후로 알면 위험할 것 캐릭터들이 배트맨이 브루스 웨인이라는 걸 다 알아버린다는 겁니다. 이 게임의 주연 가운데 배트맨이 브루스 웨인이라는 걸 모르는 캐릭터는 다섯 손가락 꼽을 지경입니다.(고든, 베인, 프리즈, 할리 퀸...OTL 다섯 명이 안 돼....이게 스포일러가 될 수가 없는 게, 고든 빼곤 배트맨의 정체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캐릭터들이니.. 하아.)
배트맨의 정체도 모르고 처발린 불쌍한 시즌1의 악당들(의 전리품).

- 엇갈리는 대화.
전작과 달리 이번엔 대화가 무진장 중요해졌습니다만, 대화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게 꽤 치명타로 돌아옵니다. 이거 뭐 젠더 감수성처럼 캐릭터 감수성 같은 병신 같은 게 탑재된 건지, '말이 제대로 안 통함'으로 결론나버리면 짜증난단 말이죠. 이건 게임이라고.
물론 베인처럼 말이 안 통해도 주먹으로 대화를 나누면 되는 경우도 있다.

* PROs.
- 리듬이 좋아진 QTE!
맙소사, 제가 QTE를 장점으로 처넣는 짓을 전작에 이어 또 하게 되다니!! 근데 이 배트맨 시리즈에 들어간 QTE는 정말 칭찬을 할 수밖에 없어요! 전작에 습격을 짜넣고 하던 QTE가 이번엔 상황에 즉시 프롬프트로 뜹니다! 이게 돌발적으로 발생하여 순간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떡 하니 나타나니 긴장감이나 재미가 있어요.
저 놈을 어떻게 조질까?

- 이젠, 정말,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텔테일 게임즈의 게임들이 욕을 먹는 건, 플레이어의 선택이 개별 캐릭터의 사망 정도에만 미치고 시나리오 전개에 큰 영향을 안 미친다는 단점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건 태생적인 한계라, 비주류 장르이며 한정된 예산으로 제작되는 어드벤처 게임에서 어떻게 해볼 구석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근데 텔테일 게임즈는 이번에 새로운 시도로 '감정선'을 넣어뒀어요. 게임상 대화에 따라 감정선이 바뀌고, 이게 캐릭터의 언행에 반영됩니다.(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시늉은 한다는 얘기예요.) 또한, 후반에 시나리오가 갈리면서 캐릭터의 협력/배신/결말이 완전히 갈려버립니다. 간략하게, 스포일러 최소화해서, 조금만 요약하면,
1. FBI 월러가 할리 퀸 일당을 수하에 넣고 적으로 돌아설 수도, 배트맨의 동료로 할리 퀸 일당과 적대할 수도 있음.
2. 에피소드 1에서 구한 FBI 요원이 배트맨의 동료로 넘어올 수도, FBI에 그냥 남을 수도 있음.
3. 고든(!)이 불구자가 될 수도, 그냥 경찰 청장으로 협력자로 남을 수도 있음.
4. 조커가 로빈(!)처럼 배트맨의 동료로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올 수도, 그냥 알려진 대로 적이 되어 나올 수도 있음.
물론 이런 식이 되면 플레이어의 결정이 누적되었다가 해소되는 마지막 에피소드의 결정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는데, 이 게임은 결말이 꽤 이른 시점에 나고, 에필로그가 진행됩니다. 여기서도 큰 결정을 하나 하게 됩니다. 정말, 다음 시즌을 어쩌려고 이렇게 게임을 만든 건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게임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요.
졸지에 아줌마가 되어버린 할리 퀸의 모델링은 최악이었지만 성우의 연기는 좋았다.

- 너무 '브루스 웨인'에게 치우친 시나리오였지만 나쁘진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단점이기도 한데, 배트맨 게임에서 배트맨으로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됩니다. 근데 이 부분이 나름 납득이 되는 게, 개나 소나 배트맨의 정체를 알게 되는 시나리오의 허점을 차치하고, 배트맨이 추구하는 것과 브루스 웨인이 추구하는 걸 얼마나 다른지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해보게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조커와의 우정과 맞물려, 파국과 혼돈이 어떤 건지 제대로 맛보여줍니다. 저는 조커 캐릭터를 죽은 아들 불알만지기식으로 놓지 못하는 배트맨 게임들의 한계를 싫어합니다만, 전작에서 감방 동료로 배치된 뒤 이번 편에서 '브루스 웨인의 친구'로 포지셔닝된 되어 시나리오상 플레이어가 늪에 빠져드는 선택을 해나가는 게 좋았고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난 배신당할 위험을 안고 셀리나에게 인생을 거는 선택을 해버렸지...
셀리나가 기억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어는 기억할 것입니다!

총평: 텔테일 게임즈의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놀라운 배트맨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