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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나의 황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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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ne] Life is Strange: Before The Storm

이 게임은 2015년에 발매된 인생은 이상해의 프리퀄로 개발되어 2017년에 출시된 게임입니다. 원작인 2015년 게임과 달리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전작에선 시간 이동 초능력이 뜬금없이 튀어나왔던 것과 달리 전작의 '평범한' 주요 인물들의 학창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틴에이져를 주연으로 한 어드벤쳐 게임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전작의 개발진은 전작과 이어지지 않는 후속작 개발에 전념한 상태에서 외주를 주어 제작된 게임이라, 사실상 외전격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파국이 벌어진 전작이기에 캐릭터들의 생사는 이미 거기서 정해진 터, 이번 게임에선 그 캐릭터의 생사가 주요 사건으로 편입될 수가 없었으므로 대단히 평이(?)한 이벤트들의 연속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룹니다. 긴박한 이벤트가 없는 어드벤쳐 게임이 되어서 사람에 따라선 루즈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게임은 2018년 12월 엑스박스 게임 패스에 인생은 이상해 1편과 함께 추가된 게임으로, 게임 패스 구독자라면 두 게임을 연속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플레이 하게 된다면 1편을 하고 이어서 이 게임을 하시길. 이 게임의 위치가 인생은 이상해 1편의 프리퀄이긴 하지만 이 게임부터 플레이를 시작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굳이 이 게임을 따로 결제해서 플레이하는 것 또한 추천하지 않습니다. 맥스가 등장하는 추가 에피소드는 따로 디럭스 버젼을 결제해야 하지만 내용상 안 해도 상관없고, 도전과제도 없는 추가 결제 요소입니다. 게임의 총 플레이 타임은 대략 7시간 남짓이며 도전과제 100% 취득이 매우 수월합니다. 한글 자막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중국어와 일본어를 지원해도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더군요. 에휴.

이번 포스팅은 이미 1편을 해봤음을 전제로 깔고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1편을 안 해봤으면 그냥 무시하시길. 전작을 해봤는가 안 해봤는가에 따라 이 게임의 평가는 크게 달라질 것이며, 이 게임 자체도 취향을 크게 탄다는 것을 미리 밝혀둡니다.

스토리는 전작의 레즈비언 위치에 있던 클로이가 전작에서 맥스 이전에 클로이에게 큰 상실감을 준 레이첼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는가를 그립니다.
전작의 AV표지급 주인공 외모 차이와 달리 이번엔 게임 내 모델링이 예쁘다.

* CONs.
- 문제는 클로이의 정신 상태라고!!
전작에서 거의 모든 남성 캐릭터가 정상이 아니었던, 좋은 남성은 죽은 남성으로 나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대부분의 남성 캐릭터와 성인들이 그리 현실감 떨어지지 않게 그려집니다. 게임 내 벌어지는 상황들에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과 행동을 보여주며 이해심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니 모든 문제는 삐딱해진 이 빌어먹을 클로이 하나 때문에 잘못 굴러간다는 인상을 줍니다.

후속작의 전개까지 고려하면 이 클로이란 캐릭터가 죽음을 흩뿌리는 재앙과 다름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데, 클로이의 아빠가 사망, 대립했던 미식축구 유망주 다리 부러짐, 연인은 강간 뒤 살해, 본인도 사망, 본인을 데이트 강간했던 놈도 사망, 친하게 지냈던 여자애도 상황에 따라 사망, 상황 따라선 계부도 사망, 엔딩에 따라선 엄마도 토네이도 직격으로 사망 등등, 클로이와 얽혀서 좋은 꼴을 본 사람이 없어요.

십대 소녀의 반항을 그리고자 했다고 하기에 주변인물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정상이기에, 클로이의 심경과 행동들은 지나친 감이 너무 큽니다. 또한 클로이가 보는 아빠와의 조우는 환각이나 다름없어서, 은연중 얘가 정신병을 겪거나 마약 중독으로 인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이러니 클로이와 레이첼이 얽히는 부분은 애정결핍과 악재에 의해 유대감을 갈구하는 것으로 비치는 게 아니라 찌질한 애새끼가 정신병을 앓으며 동성애에 눈을 뜨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선택지를 잘 골라서 '간신히' 가족의 화합을 유도하고 모든 상황을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처리하려고 할 수도 있지만, 전작을 해봤다면 얘가 그냥 샹뇬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게임 내내 든 생각.

- 지나치게 분량이 적은 주변 인물들.
스토리 전개 대비 주위 인물들과의 상호작용 파트가 지나치게 제한적입니다. 필요에 따라 보여주기식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 이상으로 기능을 하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플레이 타임이 적은데 캐릭터의 인상은 첫 등장과 짧은 대화 몇 번에 의해 결정되어 버리기 때문에 후반 친구 관계가 매우 공허하게 붕 떠버립니다.
니가 해 개년아. 왜 니가 좋아하는 쓰레기새끼를 위해 내가 나서야 하는데?

- 가히 텔테일 게임즈급의 무의미한 선택지들.
게임 중간 크게 느끼게 되는 건, 이 게임이 지나치게 컷신에 의존하고 선택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내가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다음 컷신을 위해 행동을 해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어드벤쳐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제론 어느 장소에서 아이템들을 보고 그 감상을 말하고 핵심 액션을 취하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으로 끝입니다. 엔딩 분기 또한 마지막 에피소드 마지막 대면신에서 대화를 고르면 그걸로 결정이 납니다.
클로이 프라이스의 우울.

- 노출 및 폭력의 제거.
브라 노출도 서슴치 않았던 전작과 달리 이번엔 연극부의 의상 탈의나 기타 이벤트에서 노출을 최저한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폭력적인 장면들도 의도적으로 최대한 보여주질 않아서 연출적인 묘미가 아닌, 그냥 심의 등급을 고려해 일부러 다 잘라먹었다는 걸 플레이어가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게 매우 치명적인 건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대치 시퀀스에서 클로이는 핀치를 맞이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질이었던 여자가 '걔가 다 해결했음. 끝났음.'이라며 상황 정리해버리고 바로 엔딩 시퀀스 선택지 진입을 해버린다는 겁니다. 맙소사...
별 거 없는, 클로이의 최대 노출신. 웃긴 건 이걸 보여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거. 무슨 짓거리야...

- 말꼬리 물고 늘어지기.
전작의 맥스가 시간 여행 초능력을 발휘했던 것에 반해 이번엔 누구도 초능력을 쓰지 않습니다. 이게 꽤나 심심한 터라 클로이에게 언쟁 스킬을 부여해서 상황에 따라 자기가 원하는 걸 쟁취할 수 있게 대화가 구축됩니다. 문제는 이게 지나치게 불공평하다는 거예요. 상대측과 나에게 동일한 기회를 부여해서 누가 우세를 점해서 원하는 걸 성취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존나 이빨 까는데 한 번 내가 실수하면 상대가 바로 우위를 점해서 이겨버린다는 겁니다. 게임 내내 이래요. 더구나 '무슨 선택을 하든 진행됨'인 시스템이라 이 스킬 부분은 긴장감이 전혀 없는 시간 낭비로 소모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의 우위를 점할 키워드 선택이 지나치게 힌트없는 상태로 주어지기 때문에 너무나 불리해요.
아니 시발 이걸로 내가 어떻게 말빨로 쟤를 이겨?

* PROs.
- 시퀀스 선택하기.
이번 게임엔 수집요소가 클로이의 낙서라는 것으로 존재합니다. 에피소드당 10개이며, 놓치고 지나갈 수도 있어요. 그러나 에피소드 전체를 다시 통으로 플레이할 필요없이 씬 선택이 가능합니다. 또한 낙서를 할 수 있는 씬이 어디있는지까지 표시를 해주기 때문에 네비게이션이 매우 편합니다. 삽질을 피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점은 칭찬할 만하지요.
대놓고 수집 모드.

- 학창 시절 이벤트들의 자연스런 제시.
게임 진행과 눈꼽만큼도 관계가 없는 캐릭터간 상호작용 부분이 생각보다 잘 준비되어 있습니다. 분량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준비된 부분은 꼼꼼하게 해놓았어요. 대화 내용 자체도 친구들과 놀면서 할 법한, 숙제/영화/게임/부활동 등으로 되어 있어서 즐겁게 빈둥거리며 친구들과 노가리깔 수 있었습니다.
중간 TRPG 플레이 파트는 고교 시절 친구들과 TRPG하던 생각이 나서 잠시 옛추억에 잠겼었다.

- 보고 배워라 시발 PC들아. 이 정도로만 동성애가 설득력있게 나오면 욕을 안 처먹는다.
정치적 올바름에 편승해서 인종 할당과 동성애를 강제로 주입하려는 최근의 병신 같은 게임들과 달리, 이 게임에서의 동성애는 기본적으로 클로이의 애정 결핍과 함께 친구간의 유대 선에서 적절히 가감됩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단순 친구로 남을 수 있고, 또는 키스 정도하는 사이로 발전될 수 있기도 하지요. 사실 이 게임의 놀라운 부분은, 전작을 해봤으면 클로이가 레즈비언으로 되어가거나 커밍하웃하거나 하는 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부분을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그냥 상대가 레이첼었던 것이고 서로가 이해자가 될 수 있으며 지탱해줄 수 있는 관계였던 것 뿐이지요. 또한 또다른 동성애자 친구가 등장하지만 그게 큰 갈등을 만들어내거나 '쟤는 왜 또 저 지랄이야?'싶은 거 없이 자연스레 진행됩니다. 전작대비 오히려 이 게임은 동성애 기조가 대놓고 나오지만 오히려 전작보다 세련되고 합리적인 연출을 보여줍니다.
슬픈 고양이 눈으로 친구 이상을 기대하는 클로이.

- 공을 들인 스토리 전개.
동성애 부분을 처리한 제작진의 세련됨을 언급했으니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이지만, 이 게임은 에피소드 내 갈등과 전개 및 해소가 그럴싸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단점들, 클로이의 삐뚤어진 부분과 의미없는 선택지 및 제거된 액션이 김을 빠지게 만들지만 십대 소녀가 학교 생활을 하며 잠시 일탈 행위를 하고 연극 활동을 하고 친구 가족과의 관계를 갖고 위험한 일도 겪으며 성장하는 부분을 그리는 것에 지나친 과장을 피하려 했기에 스토리 전개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는 전작의 극단적이고 당혹스런 전개와 대비되는 면으로, 전작을 좋게 보았다면 이 게임은 매우 지루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부터 한다면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 상처를 보듬고 염색과 문신을 하는 부분, 그리고 엔딩의 짧은 컷신은....
1편을 해보고 이 게임을 한 플레이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 것이다.

총평: 좋은 배경 음악과 좋은 클로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애정결핍 십대들의 모험을 보는 건 적어도 전작보다 나았다.

PS. 굳이 안 볼 수 있지만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져는 선택을 하다보면 키스까지 하게 되는데... 전작을 해본 입장에선 서글픈 키스신이 있다. 무엇보다 레이첼의 귀고리 깃털 색깔 만큼 인상적인 테마 색상도 이 게임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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