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나의 황금기다.

통계 위젯 (화이트)

05
22
154388


[xbone] The Walking Dead

2012년, 어드벤쳐 게임들을 출시해서 그럭저럭 명줄만 유지하던 텔테일 게임즈는 비평과 상업적 성공을 둘 다 잡아내는 게임을 하나 출시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텔테일 게임즈의 몰락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워킹데드의 성공으로 인해 풍족해진 자본으로 문어발 및 도장식 제작을 하여 게이머들이 등을 돌리게된 이후 제작비 감당을 못하게 된 텔테일 게임즈는 2018년에 문을 닫게 됩니다. 자신들을 거기까지 밀어준 프렌차이즈, 워킹데드의 마지막 타이틀 에피소드 제작 도중에 말입니다.

더 워킹 데드는 2012년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프렌차이즈화 될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게 명확한 게임입니다. 타이틀부터 '더 워킹 데드'로 부제도 없이 깔끔했습니다. 이후에 다음 시즌이 기획되면서 DLC시나리오가 붙고, 첫 시즌이란 부제도 붙게 되었지요. 2014년에 엑스박스 원으로 출시된 워킹 데드는 그간 출시했던 워킹 데드 시즌1의 모든 에피소드와 추가 DLC 에피소드를 한 데 모아놓은 버젼으로, 유일하게 에피소드 다운 형식이 아닌 완전히 하나의 패키지로 나온 녀석입니다.(이 게임을 온갖 플랫폼으로 이식하여 팔아먹은 텔테일 게임즈가 엑스박스 원 버젼은 아예 한 버젼으로만 팔아먹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실은...저는 이 게임을 수 년 전에 아이패드로 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텔테일 게임즈의 어드벤쳐 게임들을 엑스박스 원으로 해보게 되네요.(웃음) 이 게임은 2019년 2월 엑스박스 게임패스에 수록되어 게임패스 구독자는 무료로 플레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다시 해봤습니다. 당시 못해 본 추가 DLC 에피소드도 해볼 겸. 도전과제 100% 클리어하고 엔딩까지 19시간 걸렸다는데 실제론 15시간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젠 게임계의 클리셰가 되어가는 '유사 부녀' 관계로 캐릭터간의 유대감을 게이머가 공감한 채 험난한 세상을 이겨나가는 걸 훌륭하게 그린 이 게임은 인터렉티브 무비의 골조 위에 어드벤쳐 플레이를 양념으로 뿌리고 카툰렌더링 느낌의 그래픽으로 마무리지은 물건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게임의 단점은 뻔한데, 장점도 뻔해서 추천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지요.
클렘: 더 비기닝.

* CONs.
- 너무나 느린 페이스.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은 페이스가 너무 느리다는 겁니다. 빠르게 걷기 기능이 없어서 이동은 속터지게 느리고, 대사나 컷신 스킵 기능이 없어서 세월아 내월아 이벤트 다 끝나길 기다려야 하고, 에피스도도 여느 텔테일 게임들보다 길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후 텔테일 게임들이 이 단점을 해결한 대신 무척이나 단조로워졌음을 상기하면 아이러니한 부분입니다.
액션은 화끈함.

- 너무 어처구니없는 캐릭터 생사.
이 게임의 차별점으로 광고되었지만 가장 까인 부분은 플레이어의 선택이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였습니다. 이 게임의 선택에 대한 결과 반영 골자는 캐릭터의 생사인데, 생사가 걸린 캐릭터의 캐릭터성(카를리, 더그, 벤), 그리고 생사를 결정짓는 이벤트가 황당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초반 생사가 결정나는 카를리와 더그는 생긴 것 보고 생사를 결정지어야 할 정도로 플레이어와 교감도 없는 상태에서 생사가 판가름나는데 그 이후로 제작비 문제 때문인지 캐릭터가 잉여로 붕 떠버리고, 온갖 사고만 치는 벤은 죽이는 타이밍을 노리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게 후반에 이벤트가 몰려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이외의 캐릭터들은 등장과 퇴장이 황망합니다.
플레이어가 대부분 더그를 죽였을 이유, 카를리의 끝내주는 엉덩이.

- 의미가 무색해지는 플레이어의 선택.
캐릭터의 생사를 결정짓는 선택을 제외하고,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것의 대부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후 텔테일 게임즈 게임들의 공통적이고 치명적인 단점으로 언급되는 'xx가 이것을 기억할 것입니다'의 시작이지요. 그래도 나중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단점이지, 플레이 도중엔 눈치채기 힘든 부분입니다.
케니, 너를 원한다.

- 망할 추가 DLC 에피소드.
워킹 데드 시즌2를 제작하면서 무언가 있는 듯하게 연결고리인 것처럼 내놓은 400일 에피소드 DLC는 쓰레기입니다. 길이도 짧거니와 플레이어가 뭘 제대로 할 게 없어요. 그리고 치명적으로, 워킹 데드 시즌1과 시즌2에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추가 비용을 요구하지 않고 합본된 이 DLC는 출시 당시 그냥 게이머의 지갑을 털어먹으려 내놓은 DLC였으며, 텔테일 게임즈 몰락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 PROs.
- 클렘이 너무 귀엽다.
게임 내 클렘은 아포칼립스 세계에 남은 꼬맹이가 사려깊고 행동력있는 생존자로 커나가는 부분을 담당하면서 플레이어의 애착을 그대로 받게 됩니다. 그리고 기대를 져버리지 않지요. 리는 이 게임의 알파요, 클렘은 오메가입니다. 사이드킥을 데리고 다니는 주연은 오래된 클리셰이지요. 그런데 보호본능을 부르는 어린애를 데리고 다니며 유사가족 관계가 되는 걸 이토록 강렬하게 만든 게임은 이게 최초일 겁니다. 이후 라스트 오브 어스, 갓 오브 워도 이 게임의 영향을 눈꼽만큼도 안 받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LEEgendary.

- 후속작보다 나은, 군상극.
다섯 개의 에피소드 동안 리와 클렘은 계속 다른 그룹들을 만나고 여러가지 일을 겪게 됩니다.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설명도 부족한 캐릭터들의 생사가 명확하지 않고 후속작에서도 대부분 등장하지 않는 건 단점입니다만, 군상극으로 받아들이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캐릭터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했지만 그로 인해 등장 캐릭터수가 줄어서 스케일이 크게 작아진 것처럼 느껴진 후속작을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시즌1의 장점으로 받아들일 만합니다. 무엇보다, 시즌1은 스토리가 막 나가는 부분이 있어서 충격적입니다.
.......그치만...이런행동이 아니면... LEE쨩... 내게 관심도 없는걸!

총평: 텔테일 게임즈의 수작, 워킹 데드 프렌차이즈 가운데 가장 나은 게임.

PS. 이제와서 보면 클렘이 치마와 스타킹 차림으로 등장하는 유일한 게임이 바로 이 시즌1. 캐릭터가 얼마나 성장하고 전작의 영향을 받았는지 몸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