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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나의 황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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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ne] Bloodstained: Curse of the Moon

저는 플래포머 게임을 더럽게 못합니다. 그 옛날 마리오나 소닉의 엔딩은 본 적도 없지요. 뭐, 그런 연유로 '엔딩을 볼 수 없게 난이도를 설정하고 돈받아 처먹는 게임'은 거들떠도 안 봅니다.그렇다고 해도 플래포머 게임을 아예 안 하진 않습니다. 차별은 안 좋아함. 플래포머 게임들 가운데 자신만의 독자적인 색채를 띈 게임으론 캐슬바니아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 게임을 해본 적도 없고, 이상한 자세로 뒤돌아서 질주만 하는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었지요.

2018년 출시된 블러드스태인드:CM은 캐슬바니아의 제작자가 킥스타터로 블러드스태인드 게임 제작비를 모금하다가 모금액 돌파 특전으로 외주 개발한 외전으로, 스토리에 있어선 본편과의 연결점은 알려진 게 없고 어떻게 될지도 미지수인 반면에, 게임 컨셉과 진행은 8비트 게임기(패미콤) 시절의 특징을 모아모아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2019년 2월 엑스박스 골드 회원용 무료 게임으로 제공되어 플레이해봤습니다. 게임은 노멀 모드 캐쥬얼 기준으로 엔딩까지 2시간도 안 걸리는 짧은 구성으로, 다회차 플레이를 할 만하지만 9.99달러란 가격은 좀 오버프라이스가 아닌가 합니다. 재밌게 플레이했고, 6회차까지 해서 모든 엔딩을 봤지만 반값 할인해도 이 게임을 추천하긴 미묘합니다.
평범하게 동료 다 모아서 엔딩까지 2시간 이내.(1회차)
동료 다 죽이고 엔딩까지 4시간 이내.(2회차)
이후 나이트메어 엔딩보고 얼티메이트 모드로 다른 엔딩들보느라 6회까지 달려봤다.

* CONs.
- 매우 나쁜 조작.
80년대 게임을 테마로 제작된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조작이 병신 같은 건 문제입니다. 진행방향에 대한 인식이 어찌된 것인지 계단에 낑기면 엉뚱하게 갑니다. 오른쪽으로 밀고 있는데 왼쪽을 향한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건 기본입니다. 위를 향한 방향키 인식도 개판이라, 이게 대화키와 계단 상단 안착 키로 병행되는데, 동료를 죽여버리려고 접근하다가 영입이 된다든지 계단 상단에 착지해야하는데 관통해서 추락사한다든지, 플래포머 게임인데 조작계가 스트레스를 부릅니다. 점프는 어처구니 없게도, 고정 거리 이동입니다. 점프 도중에 방향키 움직여서 착지 지점을 정하는 게 안 되요. 캐쥬얼 모드면 넉백은 없는 대신 경직은 있는데, 이 때문에 점프 도중에 적과 부딛혀서 추락사하는 일도 생깁니다. (내가 플레이해본 엑스박스 버젼만 병신이길....)
지긋지긋한 계단.

- 스테이지8.
빌어먹을 조작 체계와 함께 이 게임의 최대 문제점은 뜬금없이 타임어택이 등장하는 스테이지8입니다. 조작이 병신인데 쫓아오는 벌레떼에 맵이 사라져서 죽어버리는 일이 보스전 전까지 벌어집니다. 가장 흥미넘처야할 부분에서 가장 흥미를 떨구는 스테이지 구성이라 시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어차피 내용도 없는데, 이따위 걸 스테이지 1에 배치해놓았으면 평이 어땠을까?

- 스토리.
게임 자체의 스토리는 별 게 없어요. 잔게츠가 악의 대장을 처단하는 것이고, 그 여정에 만나게 되는 동료를 영입하거나 무시하거나 죽여서 흡수했을 경우 엔딩이 바뀔 뿐이지요. 멀티 엔딩으로 구성된 점이나 숨겨진 스테이지가 나오는 것은 장점임이 분명합니다만, 문제는 이 게임이 '본편이 따로 있음' 상태라는 겁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아군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본편에 나와요. 본편과의 연계성이 아예 없지 않는 한, 도대체 이게 뭔가 싶은 엔딩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황당하게도 이 게임의 진엔딩은 동료들을 다 무시하고 혼자서 최종 보스를 죽일 때 나온다.
근데 이 와중에 무시당했던 동료들이 대신 다 희생해버린다.
(본편에 등장하는 걸 감안하면 이게 이 시리즈 진엔딩?)

- 버그.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건 동료 가운데 일부가 죽거나 영입되지 않았을 경우에 나와야할 노멀 엔딩 두 개가 안 나옵니다. 기기가 정지한 것 마냥 블랙 스크린 상태로 있다가 스탭롤로 넘어가요. 커뮤니티를 보니 엑스박스 버젼은 이 문제가 계속 있어온 듯한데 안 고쳐지는 걸 보니 앞으로도 안 고쳐질 듯합니다. 유튜브를 보니 PC버젼에선 잘 나오나 봅니다. 그냥 유튜브를 이용합시다. 그밖의 경우는 흔치 않지만 캐릭터 전환 도중 벽에 낑기거나 통과되는, 벽뚫기 버그예요. 이게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뜬금없는 장소로 이동될 경우 더 이상의 진행이 불가해서 메뉴 화면으로 나와 스테이지 진행을 다시 해야할 일도 생깁니다.

* PROs.
- 고전 게임에 대한 오마주, 그리고 그 간결함.
이 게임이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은, 이 게임이 '제작진이 추구한 바와 게이머가 기대하는 바가 일치된 게임'으로 나왔다는 겁니다. 무늬만 고전 게임인 인디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정말 80년대 그 감성 그대로예요. 그래픽부터 허투로 쓴 도트 그래픽이 아닙니다. 쓸 수 있는 팔레트가 한정되어 그 안에서 효율적으로 음영과 오브젝트를 그리던 그것을 그대로 구현했고, 숨겨진 루트나 조건따라 갈리는 멀티 엔딩도 구현했습니다.
스테이지 시작할 때 간략하게 루트 레이아웃을 보여주기도 한다.
벽을 부수고 숨겨진 방을 가볼 수도 있다.

- 개성있는 보스전.
마치 록맨 같은 옛 플래포머 게임을 봤을 때 드는 느낌, 그런 거가 있어요. 매 스테이지마다 보스가 나오는데 전부 다 디자인이 달라요. 공격 패턴이 단순하긴 한데 치명적이기도 해서, 방심하고 덤볐다간 피가 가득 찬 상태에서도 사망해버리게 되지요. 게다가 마지막 발악이라는 것도 있어서 보스 공략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얜 많이 쉬웠지.

- 어이, 어찌저찌 엔딩까진 보라고!
제가 이 게임을 6회차까지 돌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목숨을 무한대로 셋팅해놓은 캐쥬얼 모드 때문입니다. 난이도 셋팅 이외로 모드 세팅이 가능한데, 옛 게임들처럼 목숨 갯수가 한정되어 있고 적과 충돌시 경직과 넉백을 먹는 베테랑 모드와 무한대의 목숨과 적과 충돌시 경직만 먹는 캐쥬얼 모드가 있어요. 이는 진엔딩을 보기 위한 난이도 설정을 올리더라도 코인 러쉬와 같은 몸빵으로 보스전에 몰빵을 때리면 엔딩까지 어찌저찌 도달하게 된다는 겁니다. 게임을 시작했을 때 어떻게든 엔딩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제 기준을 만족시키는 플래포머 게임입니다. 결국, 플래포머 게임을 잘 못하는 저 같은 사람도 게임에 준비된 모든 엔딩을 볼 수 있었으니 제작사의 배려에 만족합니다.
캐쥬얼 모드 덕분에 나이트메어 난이도도 캐쥬얼하게 깰 수가 있었다.

총평: 레트로 게임에 시큰둥한 나조차 캐쥬얼 모드 덕분에 괜찮게 플레이한 플래포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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