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나의 황금기다.

통계 위젯 (화이트)

19
65
148016


[xb360] Tom Clancy’s Splinter Cell® Blacklist™

2010년 스플린터 셀 컨빅션의 상업적 성과가 나쁘지 않았는지 유비소프트는 2013년에 다음 게임으로 블랙리스트를 출시하게 됩니다. 제작스튜디오가 토론토 지부로 넘어가면서 전체적으로 전작과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줬는데, 세간의 평은 좋았던 것 같지만 상업적 성공은 예상보다 못했던 것인지 유비소프트에선 전작처럼 DLC도 내놓지 않았고, 그대로 시간은 흐르고 있습니다.(와치독스 3편도 토론토 지부가 만든다는데... 왠지 프렌차이즈 관짝을 내놓으면 못질하는 스튜디오가 되는 것인가...)

이 게임은 2019년 현재까지도 마지막 스플린터 셀 게임이며, 엑스박스360 시절의 마지막을 장식한 게임입니다. 현재는 엑스박스 원에 하위호환을 지원하여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다만 유비소프트가 지원을 끊으면서 게임 내 첼린지 부분 도전과제 취득이 막히게 되어 도전과제 100% 취득은 현재 불가능합니다.

게임 내 스토리 싱글 플레이 파트는 프롤로그 제외하고 11개의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미션은 평균 한 시간 남짓한 플레이 타임입니다. 단순히 엔딩만 본다면 12시간 내에 엔딩을 볼 수 있지만, 부가 미션과 파고들기 요소로 2회차까지 해보면 대략 30시간 정도 소요되는 듯합니다. 작년 연말 할인 때 만2천원 주고 구매했었는데, 만원의 행복으로, 돈값은 한 게임입니다.
게임 메뉴 화면부터 파격적으로 진입하는, 제작진이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했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 CONs.
- 절망적인 스토리.
와..... 와...... 와...... 하......시바. 전작이 어땠나 기억이 잘 안 났는데, 잘 안 나는 게 당연할 정도로 개판이었거든요? 그런데 후속작도 만만찮게 개판입니다. 도대체 각본진은 마감에 얼마나 독촉을 받았으면 이런 결과물을 내놓았단 말입니까! 전작은 전체적인 스토리가 병신이었다면, 이번엔 개별로 봐도 개판입니다. 이번 스플린터 셀은 세계급 테러리스트 단체인 블랙리스트가 미국에 테러를 일으키려는 걸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건데, 주인공의 행태는 '일단 시작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예요. 여보세요, 당신들 특수부대잖아? 전략 같은 거 없어? 탈출 수단으로 고무보트를 공수해야 하는 상황에 동료에게 '네가 해낼 거야. 꼭.'이라고 말하는 게 정말 이루어져서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면, 이 자식들은 행동 반 운 반으로 작전을 해내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그게 일어났습니다! 끝까지 이래요! 위기의 순간 UAV의 미사일을 도심에 날려서 분명 피해를 일으켰는데 그 수습을 어떻게 하는 건가, 컷신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보면 아주 아찔할 정도입니다.
수집 요소인 은닉 정보는 정말 누가 어째서 저기에 은닉했는지 알 수 없게 은닉되어 있었다.

- 망가진 주인공.
샘 피셔의 성우가 교체되었다는 뉴스에, 저는 스플린터 셀의 팬이 아니었던 터라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두 개 있었으니.... 하나는 이 양반의 나이가 얼마인지 전혀 가늠이 안 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정보기관 수장이 땡깡질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설정상 샘 피셔는 이제 노년에 접어드는 육체파 요원입니다. 그런데 목소리는 연령이 절반 정도인 톤에 그래픽만 흰머리 좀 달아준 수준에 불과해요. 그리고 하는 짓이 꼰대질입니다. 가장 가까워야할 그림과의 관계는 너무나 매마른데 그 이유도 안 알려주고 끝까지 관계 발전이 없습니다. 가장 개같이 뛴 브릭스는 중간에 결정 한 번 동료애 우선으로 했다고 내치더니 인력 부족해지니까 어이구 우리 동료님으로 받아들입니다. 장비 지원에 혁혁한 공을 세운 찰리도 실수 한 번 한 거 때문에 그림과 아웅다웅하며 눌려지내고, 전작에 나왔던 코빈은 아군이 된 적군 비스무리한 위치인데 대접이 영 시원찮습니다. 이 게임은 내내 주인공 빼고 다들 사이가 좋아보여요. 앞에서만 '팀장님~'하고 말 잘 듣지만 없을 때 자기들끼리 일 더 잘 하고 사이 좋게 잘 지내는 거죠. 그리고 이게 대단히 설득력있게 와닿는 게, 샘 피셔의 캐릭터가 오락가락합니다. 전작의 복수귀와 열혈 요원과 목숨도 내버리며 임무 수행을 우선하는 요원 같은 걸 휘적휘적 섞어놨어요. 그런데 얘가 정보 기관 수장이자 필드 요원이란 말이죠. -0- 마지막 미션에서 강제로 동료들의 작전 동의를 이루는 구간을 보면 웃깁니다.(거절이 안 되잖아!)
눈깔 세 개에 불들어오고 이름만 샘 피셔면 스플린터 셀 주인공 포지션!

- 정보 기관인가, 용병 기관인가?
이동하는 본부, 팔라딘을 기점으로 삼으면서 샘 피셔는 이 팔라딘을 돈 주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어째서 정부 지급품인 기지를 내 돈 주고 업그레이드 해야하는지 의문을 갖지 말도록 하지요.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샘 피셔가 돈을 버는 방법은.... 미션 클리어한 뒤에 받는 수당입니다. 그리고 그 수당은 미션 내에서 적을 어떻게 상대했냐에 따라 증감됩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들어갔다가 나와도 받고, 적들 대가리에 납탄을 박아줘도 받고, 적들 모가지를 연속으로 따면 돈을 더 받지요. 임무 완수에 따른 예산 배정이란 설정을 씌워놨지만, 이건 정보 기관의 운영이 아니라 그냥 용병 짓이잖아요?
게임 설정과 배경 설정의 정면 충돌.

- 불편한 조작방식.
잠입 액션 게임인데 조작이 불편해요. 두 가지 측면인데, 첫째론 이 게임이 전통적으로 써오던 레이아웃으로 인한 폐해입니다. 키가 꽤나 복잡하게 배열되어 있는데, 이게 여느 FPS나 TPS와는 다른 조작계라서 이질감이 강합니다. 허나 이 게임이 욕먹어야 하는 건 그 레이아웃 자체가 아니라, 그걸 변동시킬 수 없게 고정해놓은 것이지요. 그 흔한 프리셋도 없어요. 그냥 이 게임이 제시하는 조작 체계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두 번째론 잠입 액션을 위한 키 입력 부분입니다. 난간을 넘어가거나 파이프에 오르거나 하는 등의 조작은 A키에 할당되어 있고, 특정 위치에서 그 키를 누르면 그 액션을 행하게 됩니다. 근데 이게 주위 오브젝트가 많이 끼면 바보짓을 합니다. 분명 눈 앞의 난간을 넘어가야 하는데 넘어가는 키가 안 떠서 난간에 부비부비를 하질 않나, 머리 위의 파이프를 잡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 옆의 난간을 넘어가질 않나, 바보짓이 많이 벌어집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게임은 잠입 액션 게임입니다. 잠입 도중 저 뻘짓을 하면 체크포인트 로딩화면으로 자주 넘어가게 되지요. 그밖에도 기절/사살한 적의 몸뚱이를 숨길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그 버튼이 총기 줍는 버튼이랑 동일하고 내가 제압한 적 근처엔 항상 총이 있어서, 적의 몸뚱이를 들려다가 총을 줍는 뻘짓도 합니다.(몸뚱이를 던질지 내려놓을지 결정하는 버튼은 두 개나 할당해놓고 줍는 건 한 데 몰아넣다니...)
근래 해봤던 게임들 가운데 가장 복잡한 조작 체계인 듯하다.(대안도 없다.)

- 뭔가 해보려는 건 알겠는데 무모했던 시도.
플레이 도중에 멍하니 '이게 뭐여?' 싶었던 순간이 스토리 컷신 말고도 또 있었으니, 후반의 브릭스 시점입니다. 후반에 브릭스로 플레이하는 이벤트가 있는데, TPS에서 FPS로 화면이 바뀝니다. 물론 조작 체계는 딱 하나 빼고 그대로 유지된 채로요. 그리고 그 제거된 기능은 엄폐.... 야!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잠입 액션 TPS 게임에 FPS를 넣었어요. 최고 난이도에선 총알 두 방에 즉사라서 FPS 화면으로 잠입 액션을 어거지로 하게 되는 촌극이 펼쳐지지요.
셀 오브 듀티.

- 버그.
유비소프트 계열답게 버그는 빼놓을 수 없지요. 그래도 그나마 이 게임은 버그가 대단히 적은 편에 속합니다. 문이나 벽을 뚫고 나오는 일은 없고 화면이 깨지는 일도 없어요. 다만 적들이 살짝 공중부양을 가끔 하거나, 체크포인트를 불러왔더니 적의 수가 바뀐다든지, 브릭스가 먼저 가야 하는데 내가 먼저 가있었더니 제자리 달리기를 하고 있어서 진행이 안 된다든지, 실수로 총을 주웠는데 내 총은 땅을 뚫고 들어가버린다던지....
저깄다, 내 총!
야!!!!

- 있긴 하지만 최악인 보스전.
스토리 부분의 단점과 얽히지만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도대체 이 빌어먹을 '블랙리스트'가 뭐하는 집단이며 무슨 빽으로 이 지랄을 하는 것이며 그 수장은 왜 저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마지막 보스로 등장하긴 하지만 어거지 설정으로 맨손 격투 들어갔다가 QTE로 패배하는 장렬한 최후.....랍니다. 망할 QTE.... 게임 내내 등장하지 않다가 마지막 보스전에 뜬금없이 나온 걸 보면 어떻게 마무리는 지어야겠는데 어떻게 할지 갈피가 안 잡히니까 대강 마무리 지은 느낌입니다. 에필로그를 보면 여지없이 후속작 제작의 의지가 느껴지지만, 2019년까지 6년이 지나는 동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토론토 스튜디오는 덤핑용인가!)

* PROs.
- 무모한 부분도 있지만 뭔가 해보려고 했던 시도들.
이번 스플린터 셀이 전작들과 달랐던 점은 메뉴 화면부터 미션 진행까지 미국 드라마처럼 구성된 부분입니다. 예, 게임의 드라마화. 매 미션마다 기승전결 구조가 있고, 컷신으로 주요 스토리 텔링을 전하며, 미션 브리핑으로 작전 개요를 설명하는 부분은 설정 구멍을 어떻게든 매우려는 노력이 느껴집니다. 중간에 배치된 페이크 미션이나 반전 등은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인 설득력없는 스토리 전개에 묻히긴 하지만 흥미로운 요소로 적절히 활용되었습니다. 개별 미션 자체를 놓고 보면 기승전결이 확실하기 때문에 만족감이 상당히 높습니다.
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나온, 그림!

- 꽤나 괜찮은 레벨 디자인과 파고들기 요소.
전작들과 다른 요소로 꼽을 만한 다른 부분이자 장점으로 부를 수 있는 부분은 레벨 디자인과 파고들기 요소입니다. 마치 히트맨 시리즈처럼 이 게임은 다회차 플레이를 요구하며 그에 걸맞게 레벨 디자인을 해놓았습니다. 숨겨진 루트도 꽤나 많은 편이고 완전 잠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은신만으로도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전투만으로 미션을 클리어하든, 은신으로 클리어하든, 어느 쪽이든 클리어는 인정되기 때문에 본인 편한 선택을 하면 됩니다. 선택지가 늘어서 어떻게든 클리어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건 좋은 일이지요.
대문이 있어서 저기로 들어가라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옆 담벼락으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더라...
(360시절 끝물에 나온 게임에 하위호환 버프를 먹어서 그래픽이 현세대 대비 나쁘지 않다.)

- 협력 플레이.
전작처럼 라이브상이나 화면분할로 협동플레이가 가능한 미션들이 따로 부가 미션으로 주어져 있습니다. 이 부가 미션들은 혼자 플레이하거나 혼자 패드 두 개 놓고 플레이가 가능한 것들도 있는 반면 협력 전용 미션은 둘이서 하는 걸 전제로 디자인이 정말 잘 되어 있더군요.
한 명이 이동하고 한 명이 UAV로 엄호하는 등의 협력 플레이는 언제나 환영할 만한 요소!

총평: 스토리는 시궁창, 바뀌려는 시도는 반쯤 성공한 스플린터 셀.

PS. 아무리 생각해도 초반에 계곡 타는 구간은 왜 있어야 했는지....
언차티드여, 어쌔신 꾸리드여?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