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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나의 황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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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ne] Prey

2017년에 프레이의 신작이 출시되었을 때, 저는 대단히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전작이 2006년에 나온 꽤 낡은 게임이긴 했지만 당시 유행했던 외계의 침공, 포탈, FPS 등의 요소를 잘 버무린 게임이었고, 후속작이 나와도 이상하진 않겠지만 굳이 리부트를 하면서까지 11년 뒤에 나올 게임이었는가, 라는 점 때문이었지요. 예, 이 게임은 달랑 한 편만 나온 프레이를 리부트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건 '미러스 엣지'를 되새겨보게 만드는 행위였기에 불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개발사가 아케인 스튜디오(의 새지부)였고, 게임의 컨셉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제목만 프레이이지, 도대체 전작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게임이 나와버렸습니다. 그나마 아케인 스튜디오의 게임 느낌이 물씬 들어간 FPS입니다만, 동시에 아케인 스튜디오의 단점이 집대성된 물건이기도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2019년 6월, 엑스박스 게임 패스에 추가되어서 게임패스 구독자에겐 무료로 풀린 상황이라 한 번 해봤습니다. 게임 구동시 경고문엔 한글이 있지만 정작 본게임엔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플레이 타임은 제일 낮은 난이도로 거의 모든 퀘스트를 다 하고 이것저것해서 1회차 40시간 정도입니다. 게임 자체는 꽤 잘 뽑혔습니다만 저는 이 게임을 추천 못하겠습니다.
1회차 엔딩 직후 나온 통계.

* CONs.
- 스토리.
이 게임은 철저히 스토리 집중 게임입니다. 오죽하면 가장 낮은 난이도를 게임 내용 잘 알아보는 난이도라고 이름조차 '스토리'라고 박았겠습니까. 그러나 그 스토리가 정말 별로입니다. 최대 단점은 한국형 스릴러 영화에 자주 나오는 그 빌어먹을 '반전의 반전의 반전'입니다. 게임은 시작부터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다가 의미심장한 블랙 아웃 이후 '도대체 저 외계체는 다 뭐야!'라는 당혹감과 위기감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합니다. 근데 코덱스와 우주선 내의 정보를 보면 '그냥 있던 거'예요. 그리고 이쯤 되면 편의적 기억상실에 걸린 주인공이 의심스러워지게 되는데 게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주구장창 뭔가 중요한 이벤트가 있으면 의미심장하게 주인공을 쳐다보는 인물들의 컷신이 반복적으로 나옵니다.(반전 있다, 있다, 있다-) 이 게임은 그럴싸하게 만들어보려 했는데 반전이 목에 걸려서 사망해버린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어, 시발 다 꿈.' 같은 거인데, 이 게임은 그거에 딱입니다. 게임상 플레이어가 뭔 짓을 했건,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결론을 스토리로 준비해두었습니다.
희망찬 오프닝 시퀀스 직후....
나 자신이 전해주는 영상에 충격받는 거까진 좋았는데, 초반 1시간, 여기까지가 스토리는 제일 나았다.

- 종잡을 수 없는 게임의 컨셉.
게임상 가장 당혹스러운 건 이 게임의 컨셉을 도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서바이브라고 하기엔 주인공의 공격력이 너무 세고, 액션이라고 하기엔 공격 수단이 너무 제한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게임의 대부분은 여느 서브컬쳐의 것들을 고스란히 배껴온 것들입니다. 밀폐된 우주선에서 갑작스런 외계생물의 급습은 에일리언1의 느낌이고, 헤드램프 켜고 파이프렌치와 다리 여러개 달린 사람머리 만한 적을 후두려 패는 건 하프라이프1, 공허한 우주선 내부를 돌아다니며 EVA까지 하는 건 데드스페이스, 플레이어의 외계능력은 그냥 디스아너드 카피 수준이에요.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를 핀치에 몰리게 하는 적과 그 대응수단은 매우 중요한 관계입니다. 가령 기괴한 관절 구조로 급습해오는 데드스페이스에선 플라즈마 커터가 관절 절단 수단으로 대응되고, 어둠의 힘이 감싸인 앨런 웨이크의 적들은 플래시 라이트를 집중하여 그걸 벗기고 총질하는 게 대응수단이며 가장 인상적인 대응 수단으로 남습니다. 이 게임은 분명 사물로 변신하는 미믹들과 영혼 털린 외계 물질 집합체 같은 기괴한 것들이 널려있는데 그 무엇도 풀업 샷건 하나만 들면 쫄리지 않습니다. -_-;; 플레이어가 직접 적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수단 몇 개 되지도 않는데(파이프렌치, 권총, 샷건, Q빔) 그 와중에 샷건이 최고입니다. 코덱스를 보면 미믹들의 변신을 못 알아봐서 편집증적으로 외계것인지 아닌지 확인했던 방도 나오지만 플레이어는 스코프 하나로 판별 잘 하고 다니기 때문에 왜 저랬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는 설정 충돌도 나옵니다.
손들어, 안 들면 팬다!

- 컨셉이 흔들리니 능력도 흔들리고, 흔들리는 가슴은 안 나오고, 우주선만 흔들리고....
아케인 스튜디오의 최대 단점이 주인공에게 주는 능력의 밸런스가 개판이라는 건데, 이 게임도 그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도전과제를 구성해놓은 걸 보면 제작진의 안일함을 느낄 수가 있는데, 게임의 진행 방식을 도전과제에 묶어놓았어요. 이 게임도 선악의 구분을 엔딩에 맞물려 놓아서 생존자들의 생존을 도와줄지 다 죽여버릴지를 플레이어가 결정지을 수 있고 그게 엔딩에 반영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의 플레이 경향도 인간 기술로만 할지 외계기술로만 할지 도전과제에 묶어놓았습니다. 굳이 도전과제를 신경 안 쓰는 사람에겐 무방한 이야기면 좋겠는데, 이런식으로 구성했다는 건 설계할 때부터 한쪽 능력을 전혀 안 쓰더라도 다른 쪽 능력이 그걸 커버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게 된다는 겁니다. 가령 해킹 능력이 없으면 일시 강탈 능력을 쓰면 되는 거고, 은신 능력이 없으면 변신 능력을 쓸 수 있게 인간/외계 능력이 맞물려버리는 것이지요. 그게 이 게임의 플레이 한계로 제한됩니다. 주위 사물로 변신하는 능력은 위기 탈출 능력이 아닌, 단순 개구멍 통과용 능력이라 인간쪽 능력에 스탯을 동시에 꽂으면 변신 능력은 쓰레기라 안 쓰게 되는 식이죠.
주인공의 자뻑용 분신.

- 지나친 공허함.
이 게임의 느낌은 그냥 밝은 데드스페이스 열화판입니다. 애초에 외계 생명체에 몰살 당한 데드스페이스의 컨셉을 배꼈으니 그럴 수밖에 없긴 하겠네요. -_- 그러나 분명 이 게임은 생존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다 살려주는 도전과제도 있지만 20명 조금 안 되는 생존자 가운데 실제로 만나게 되는 건 열 손가락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리고 우주선에 존재하는 250명 가량의 시체는 전부 주인공 능력 발휘용 오브젝트로 널브러져있습니다.
우주선 안이나 밖이나 공허하긴 똑같다...
첫 번째 만나는 생존자이자 범죄자는 정말 허무하게도 하는 일이 없다.

- 갑자기 확 올라가는 난이도.
저는 가장 낮은 난이도로 했습니다만, 후반 군용 오퍼레이터가 물량공세를 펼칠 때부터 핀치에 몰렸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도대체 이 우주선은 왜 외계생명체에 못 이겼나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에요. 무한 공세를 막기 위해 일부러 오퍼레이터 자판기 앞에서 나오는 족족 후드려패서 부서지기 직전으로 바닥에 떨궈놓으니 새로 안 나오더군요. 후반에 무슨 억화심정이 있어서 이 지경으로 디자인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군용 오퍼레이터만 옆에 있어서도 죽지 않았을 지아경호 씨.

- 버그.
게임 내 글루건이 있어서 발판을 만들어 이동을 하는 플레이가 가능합니다만 이게 버그 메이커예요. 게임 자체도 오브젝트에 낑길 경우 플레이어를 맵 관통시켜버리는 문제가 있는데 글루건과 합쳐지면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줍니다. 이 버그를 이용하여 이 게임을 10분 내에 클리어하는 영상이 있을 정도로 엉망입니다. 출시 후 2년이 넘은 현재까지 버그 픽스가 상당히 이루어졌음에도 불안한 점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부분입니다. 이는 퀘스트에도 반영되어, 오브젝트가 증발해버리는 등의 문제도 있고, 버그난 퀘스트는 그냥 무시해버리는 게 가능합니다.(심지어 캐릭터 생존 관련 도전과제도 꼬이는 경우가 있음.)
화장실 앞에서 갑자기 공중부양해버림. -ㅅ-
컴퓨터가 고장났다는데, 이 게임은 컴퓨터가 고장나는 오브젝트 아님.
대형 몬스터 나이트메어가 출입문에 걸려서 못 들어오거나 손만 맵 뚫고 들어옴.
생존 관련 퀘스트로 누워있어야 하는 애가 약맞기도 전인데 서서 기다림...
그래서 이류신이 아니라 일류신이었구나, 너!

* PROs.
- 아름다운 우주.
우주선 내부, 우주, 외계생명체, 그 무엇 하나 일상적이지 않아서 이질감이 느껴질 부분들을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우주선 로비나 최상층은 꽤나 눈이 즐거웠고, 기관실 쪽도 기능성을 어필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이 보기 좋았네요. 그래서 그나마 좋게 말해 밝은 데드스페이스 느낌입니다. -_-;;
비쥬얼의 만족도만은 상당함.

- 버그 메이커이지만 쓸만했던 글루건 아이디어.
나름 참신하다는 평을 들을 만한 건 오로지 글루건 하나 뿐입니다. 초반부터 얻게 되는 글루건은 폼 발사기로 벽 같은 환경에 박아넣어서 발판을 만드는 특수 기구입니다. 물론 적들에게 쏴서 일시적으로 굳어버리게 만드는 기능도 있지만 주로 발판으로 많이 썼습니다. 발판 플레이를 강요하진 않지만, 활용하면 좋다는 방향 제시는 괜찮았습니다.
저 위로 올라가기 위하여 발판을 만들 수가 있다!

- 더 잘 만들 수 있었던 스코프 플레이.
사물로 변신하는 미믹을 판별하기 위한 스코프가 중반부터 주어지는데, 아무래도 상관없이 튀어나오면 달려서 도망가거나 파이프렌치로 후려치는 초반과 달리 중반부터는 이리저리 훑어보는 플레이가 가능합니다.(물론 귀찮아서 초반처럼 계속 플레이하지만...) 스코프를 통해 주위를 잘 살펴보며 다니는 건 긴장감을 올리는 좋은 플레이였습니다. 게임이 이걸 안 써도 되게 만들어져 있는 게 문제였지.
좋은 감각이었지만 피로도가 높은 스코프. 굳이 이렇게 연출했어야 했나?

- 재활용을 잘 하자.
게임상 퀘스트 아이템을 제외한 입수 아이템은 죄다 재활용 기기에 넣고 갈아버릴 수가 있습니다. 이게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이렇게 갈아서 자원으로 바꾼 걸 아이템 제작으로 써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총알을 비롯해 주인공 능력치 업그레이드 포인트도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원을 바득바득 모아서 재활용해야 플레이가 수월합니다. 여느 게임들이 자판기에서 뽑아서 능력을 바꾸던 플레이를 자원 재활용하여 3D프린터로 제작하는 컨셉으로 만든 건 좋은 발상이었습니다.
인벤토리에 꾸역꾸역 물건으로 채워놓고 다니다가 발견하면 반가운 재활용기기.
쥐꼬리만큼 주지만 이거라도 모아서 물건 만드는데 써야 한다.

총평: 실망스런 스토리, 아리송한 컨셉, 지치는 공허한 플레이. 분위기만 좋았다.

PS. 이렇게 만들어놓고 최소 2회차를 하게끔 도전과제를 구성한 건...정말 악의적이다, 아케인스튜디오!
PS2. 공간이 큰 구간은 로딩이 엄청 긴데, 메트로 엑소더스를 하고났더니 별로 안 길게 느껴졌다. -_-a
PS3. 우주까지 진출한 LG파워.(웃음)
PS4. 캐릭터 모델링이 좋은 건 아닌데 후반 일류신 퀘스트 중의 컷신은 괴기스러웠다.
암살중 아님. 치료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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